HLB테라퓨틱스·메드펙토·한미·종근당·GC녹십자 등 희귀질환 신약 개발 나서
국내선 환자 수 2만명 미만일 때 '희귀질환' 해당···종류는 7000~8000여개
세계 10대 제약사, 수익·성장성 높아 희귀의약품 매출 비중 확대 전망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높은 성장성, 미충족 수요의 존재, 상대적으로 약한 경쟁률.’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요가 있으며 경쟁이 비교적 덜 치열한 데 반해, 높은 수익과 성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HLB테라퓨틱스와 메드펙토가 희귀질환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에 들어갔다. HLB테라퓨틱스는 고셔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HLB테라퓨틱스 측은 미국 자회사 오블라토(Oblato)가 열성유전질환 중 하나인 고셔병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 도입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고셔병은 몸속의 낡은 세포를 없애는 데 도움을 주는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가 유전자 이상으로 결핍돼 생기는 유전병이다. 축적된 낡은 세포는 간과 비장, 골수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심하면 폐나 눈·신장·심장 및 신경계까지 전이돼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는 중추신경계 손상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보통 4∼6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고 전세계적으로 1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HLB테라퓨틱스는 현재 고셔병 동물모델을 통한 약효 확인을 위해 치료제 생산을 준비 중이다. 유럽 고셔병 동물시험기관과 계약체결을 앞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4년 1분기까지 동물모델에서 효능이 확인되면, 글로벌 임상시험계획(IND)을 위한 다양한 비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메드팩토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골육종 치료제 백토서팁과 관련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골육종은 뼈나 뼈 주변 연골 등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뼈에 발생하는 암이라고 할 수 있다. 골육종암은 전체 악성종양 중 0.2%에 해당하는 희귀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0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며, 미국의 경우는 연간 500~100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22년 승인을 받기도 했다. 미국에서 이달 중 첫 환자 투약을 진행하고, 국내에서도 임상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희귀질환 신약으로까지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높은 기대 수익률과 성장성 등으로 희귀질환 신약이 주목받는 것이다. 희귀질환은 말 그대로 소수의 환자가 앓는 질환을 뜻한다. 기준은 ‘환자의 수’다. 한국은 환자 수가 2만명 미만인 질환을 희귀질환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만족하는 희귀질환 종류는 7000~8000종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는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높다는 게 업계 평가다.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 지원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유인이다. 국내의 경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보조금 지원 ▲4년간 시장독점권 부여 ▲조건부 판매 허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미충족 수요가 높고, 이에 따라 임상 환자군 모집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분석도 나온다.
빅파마 역시 희귀질환 치료제에 주목하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희귀질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인구 20만명 이하의 유병률을 가지는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약을 ‘희귀의약품(orphan drug)’으로 지정, 여러 혜택을 주며 관리한다. 네이처지 분석에 따르면 최근 희귀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희귀질환 관련 계약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 시장분석 업체인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제약사의 파이프라인에서 희귀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존슨앤존슨의 희귀의약품 매출액은 2021년 130억달러(17조2200억원)에서 2026년 220억달러(29조1400억원)가 될 전망이다. 반면 비희귀의약품 매출액은 같은해 394억달러(52조1900억원)에서 349억달러(46조23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희귀의약품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서 39%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희귀의약품 매출 비중이 2021년 19%에서 2026년 36%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로슈, 애브비, 사노피, 다케다, 화이자 모두 희귀의약품 매출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이밸류에이트 파마는 내다봤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이익률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클라리베이트(Clarivate)는 희귀질환 희귀질환과 비 희귀질환의 개발비용과 매출을 비교 분석한 결과, 희귀질환에서 높은 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전통 제약사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최근 소장의 길이가 짧아 발생하는 흡수 장애인 단장증후군 신약후보물질(HM15912)이 FDA로부터 임상1상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종근당의 희귀 말초신경질환 신약후보물질(CKD-510)은 지난 2020년 미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GC녹십자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은 세포 내 효소 결핍으로 뮤코다당(점액다당류)에 관여하는 리소좀(lysosome)이라는 효소의 부족으로 인해 무코다당이 분해되지 못하고 채내 또는 세포 내의 리소좀에 축적됨으로써 생기는 질병이다. 헌터증후군은 지능 장애와 작은 키, 튀어나온 넓은 이마, 돌출된 눈, 낮으면서 넓은 코, 두터운 입술, 큰 혀 등의 외형적 특징을 보인다.
나아가 GC녹십자는 mRNA 플랫폼 기술을 통해 백신 및 희귀질환 분야의 혁신신약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