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임종훈 사장, 사내이사 연임 불발···제조·R&D·마케팅 책임자 등재 추진 
후계 구도 미확정 상황에서 다양한 관측 제기···향후 3남매 동향에 관심 집중될 듯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개편을 준비하는 한미약품이 오너 2세의 사내이사 제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미약품은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후계 구도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는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29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사내이사였던 이관순 고문과 권세창 고문, 임종훈 사장 대신 박재현 부사장과 서귀현 부사장, 박명희 전무를 사내이사로 올릴 예정이다. 

과거 한미약품 R&D(연구개발)를 주도했던 당시 이관순 전 부회장과 권세창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각각 고문으로 위촉될 당시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임기 만료로 사내이사에서 제외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종훈 사장의 경우 이번에 사내이사가 연임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사내이사 제외가 예정됐다는 공시를 접한 후 의외였다”고 전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오너가 전면에 나서는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내이사 후보군에 오른 3명은 한미약품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이다. 구체적으로 박 부사장은 제조본부장으로 활동한다. 서 부사장은 R&D센터장을 맡고 있다. 박 전무는 국내 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박 전무는 한미약품 영업까지 총괄하는 중책을 수행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말 본부장 중심 조직개편 후속으로 핵심 파트인 제조와 R&D, 영업마케팅 부문 총괄 책임자를 사내이사로 등재해 전문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취지”라며 “올해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한미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좌측부터 임종윤 사장과 임주현 사장, 임종훈 사장. / 사진=한미약품
(왼쪽부터)임종윤 사장, 임주현 사장, 임종훈 사장. / 사진=한미약품

하지만 이같은 한미약품 설명과 달리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후 후계구도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후계자가 공식적으로 전면에 부상했다면 한미약품 사내이사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한미약품 후계구도가 장남 임종윤 사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으로 압축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사내이사 인사가 결과적으로 임종훈 사장의 경영권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 후 임주현 사장에게 힘이 실리는 상태”라며 “여러 정황상 3남매 중 막내인 임종훈 사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참고로 지난해 개편에서 임주현 사장은 글로벌사업본부와 R&D센터 등 핵심 부서 관할권을 부여 받은 것으로 파악돼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또 한미약품 오너 중 임종윤 사장만 향후 사내이사에 남는 구도가 예상돼 경영권 후계 경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말 개편이 임주현 사장 손을 들어줬다면, 이번 인사는 임종윤 사장에게 유리한 구도라는 분석이다. 한미약품 경영진 의도대로 사내이사 선임이 주총에서 확정되면 5명 중 오너 출신은 임종윤 사장만 남게 된다. 이번에 추천된 3명과 임 사장, 전문경영인 우종수 대표 등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내이사 임기가 1년 남은 임종윤 사장이 만약 내년 주총에서 연임하면 후계구도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한미약품 사내이사와 후계구도는 별개 사안으로 연관성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후계구도 구축이 당장 결정될 사안이 아니므로 향후 3남매의 경영 성과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판단해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내이사 대부분을 구성하는 전문경영인 모두 3남매를 보좌하는 인물들”이라며 “사내이사 결정 권한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를 강조하지만, 후계자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경영권 후계구도와 연결시킨 분석이 이어질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입장에서는 부담이지만 국내 대형 제약사 후계구도에 주주나 업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미가 차라리 후계구도를 가시화하는 것도 예상 가능한 경영 차원에서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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