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파업 여파로 공사 지체
수도권·지방서 입주 지연 통보 잇따라
“이주·자금 계획 모두 틀어져”

지난해 공사비 인상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입주가 수개월씩 지연되는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수분양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전국에서 입주가 지연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공사비 인상과 화물연대, 레미콘 운송 조합 등 잇단 파업으로 공사가 지체된 여파다. 갑작스런 입주 지연 통보에 수분양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사 일정은 물론 자금 계획이 모두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입주 일정이 내년 2월에서 5월로 3개월 가량 미뤄졌다. 이곳은 최고 지상 59층, 6개 동, 1525가구 규모 대단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건설 현장 파업과 건설자재 수급 지연 등으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1~3단지’도 공기 지연으로 입주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올해 1월 말 입주 예정이었으나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1·2단지 중 일부 가구는 임시사용승인으로 입주가 허용됐지만 집 내부 계단 난간, 타일 등 부실로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임시사용승인 가구도 전체 452가구 가운데 36가구(7.96%)에 불과했고 실제 입주한 가구는 그보다 적었다.

민간뿐 아니라 공공이 짓는 아파트도 입주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수서역 역세권 A3블록 신혼희망타운’은 공사 지연으로 인해 입주가 올해 1월에서 6월로 연기됐다. 해당 단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강남권에 처음 공급한 신혼희망타운으로 59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공사가 늦어지고 입주까지 늦어지는 현상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이어 지방까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입주 예정일이 분양 당시 안내됐던 일정보다 지연된 단지는 전국서 최소 약 20곳에 달한다. 업계는 앞으로도 입주 지연 단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이 16일간 진행됐지만, 실제 공정은 이보다 평균 3배 이상 지연됐다고 봐야 한다”며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대재해법 시행 등이 맞물리면서 돌관공사(장비와 인원을 집중 투입해 단기간에 끝내는 공사)를 해도 공기를 맞추지 못한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지연으로 인해 당초 입주 일정에 맞춰 자녀 학교나 직장, 전월세 계약 등의 이주 계획을 수립했던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공기를 줄이려는 과정에서 날림 공사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입주 지연 통보를 받은 한 입주 예정자는 “일부러 자녀의 진학 시기에 맞춰 단지를 찾았는데 일방적인 입주 지연 통보로 이주 계획은 물론 자금 계획까지 모두 꼬였다”며 “입주를 위해 전세 계약을 종료했거나 살던 집을 판 사람들은 당장 거주할 집을 구해야 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행사와 시공사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시행사는 입주자에게 잔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시공사는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하자 없이 입주민 요구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전국 대부분 현장이 공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으로 지체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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