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조사부,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수사도 담당

KT 분당 본사. / 사진 = 연합뉴스
KT 분당 본사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구현모 현 KT 대표와 윤경림 KT 대표 후보자(사장)에 대한 사건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됐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와 ‘보은성 투자’ 등 구 대표와 윤 사장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구 대표와 윤 사장에 대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착수를 검토 중이다. 윤 사장은 구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CEO로 선임될 예정이다.

앞서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지난 7일 구 대표와 윤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의로운사람들은 ▲KT텔레캅의 KDFS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구 대표의 친형 구준모 에어플러그 대표에 대한 불법 지원 ▲KT 소유 호텔과 관련한 정치권과의 결탁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흥과 접대 등 4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가 KT텔레캅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시행하면서 알려졌다. KT텔레캅은 KT의 물리보안 계열사로 공정위는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업체 KDFS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KDFS의 대표는 황욱정 전 KT 자산경영실장이다. 그간 KT텔레캅은 미화·경비보안 등 시설관리 사업 물량을 연 단위 수의계약으로 전직 KT 출신들이 대표로 있는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 업체에 분배해왔다. 하지만 KDFS의 거래액이 2016년 45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494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일부 업체에서 물량 배정 관련 KT 본사 차원의 개입이 있는 것 아니냔 의문을 제기한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점과 관련 남중수 전 KT 사장의 혐의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남 전 사장은 구 대표의 경영고문, 황 대표는 남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구 대표의 친형 구준모씨가 설립한 회사 에어플러그 관련 보은성 투자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 (관련기사 : 윤경림 KT 사장, 구현모 대표 ‘보은성투자’ 혐의 연루 의혹)

앞서 에어플러그는 설립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초 KT에 ‘ABC 솔루션’을 제안, 투자를 유치했다. 2013년엔 ABC 솔루션 필드테스트를 거쳐 KT와 상용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당시 KT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해외로 사업을 넓히겠단 포부를 밝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3년간 6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경영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어플러그는 H사와 2016년 차량용 통신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을 맺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여기에 H사는 2019년 9월 에어플러그에 36억원을 투자해 지분 16.84%를 확보한 데 이어 2021년 7월엔 245억원을 추가 투자해 에어플러그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 구 대표는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H그룹에 보은성 투자를 해줬단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당시 H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윤 사장이 H사의 에어플러그 인수 작업에 관여했단 의혹도 불거졌다. 윤 사장은 에어플러그 인수 작업 완료 2개월 뒤인 2021년 9월 KT로 재입사해 당시 신설 조직인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이끌기 시작했다.

이밖에 검찰은 구 대표가 KT 이사회 장악을 위해 사외이사들과 인천 소재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며 고가의 스마트폰을 선물로 제공하는 등 수차례 향응과 접대를 제공했단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예정이다. 또 KT가 운영 중인 호텔 5개에서 발생한 이익을 야권 3선 의원 보좌관 출신 A씨와 경찰 고위 간부 출신 정치인 B씨가 분배하고 있단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한편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7월 검찰 정기인사로 수사팀이 꾸려진 후 주요 대기업 사건을 재판에 넘겼다. 현재 공정거래조사부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의 200억원대 배임·혐의 관련 수사도 맡고 있는데, 조 회장은 9일 새벽 ‘증거인멸 우려’를 사유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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