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 속 국회 계류···무산 가능성도
정부 발표 믿고 집 산 수요자들 혼선
“거래 활성화·미분양 해소에도 발목”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내놓은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안’의 시행이 늦춰지면서 현장에 혼선이 커지는 모양새다. 여야 대치 속에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주택 매입에 나섰던 다주택자들만 애가 타는 형국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안 논의가 시작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주택자들의 취득세를 완화해 매매 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었다. 완화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조정지역 내 2주택자가 집을 취득할 때 세율을 8%에서 1~3%로 줄이고, 3주택자 또는 법인의 취득세율도 12%에서 6%로 낮추기로 했다. 비규제지역 역시 3주택자 취득세율이 8%에서 4%로, 법인과 4주택 이상 취득세율은 12%에서 6%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적용 시점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잔금 지급일이 2022년 12월 21일 이후인 경우 소급적용하기로 했다. 해당일 이후 잔금을 지급해 주택을 매입했다면 취득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올해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지만 야당 반대에 발목이 잡혔다.

야당인 민주당은 취득세 완화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며 기존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율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임시국회 처리도 무산됐다. 여야는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으나 이견차가 여전해 처리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재적의원의 과반인 169석을 점유한 민주당의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다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완화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한 바 있다.

현장에선 정부 발표를 믿고 매입했다가 당혹해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개정안 통과 전까진 우선 기존 세율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 통과 이후 바뀐 법에 따라 세금을 환급받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보다 인하 폭이 줄면 그만큼만 돌려받는다. 하지만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매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도 혼선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취득세 중과를 풀어 미분양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취득세 중과 완화를 기대하고 청약을 넣어 당첨됐는데 취득세를 납부해야 할 시점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중과된 취득세를 감당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은 정부 발표만으로 규제가 풀렸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급적용한다곤 했지만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취득세 외에도 실거주 의무 폐지, 초과이익환수제 등 여러 법안들이 국회에 묶여있어 시장 활성화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수요자 매수 심리가 위축된 만큼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이 완화돼야 한다”며 “거래 비용 감소와 맞물려야 거래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야 정쟁 속에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거래 활성화와 시장 혼선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법안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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