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도선 금리 상승하면 자본건전성 개선
중소형사 부담 커···대형사도 안심 못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시중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보험사들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올해 도입되는 새로운 자본건전성 제도(K-ICS·킥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제도에선 금리가 오르면 보험부채 규모가 감소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채 금리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보험사의 자산 평균 만기에 가까운 10년물 금리는 전날 0.059%포인트 크게 뛴 바 있다. 이날도 약 0.019%포인트 올랐다. 시중금리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채 3년 물도 이틀간 0.15%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올해 금리 인상폭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7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강했다”며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시장에선 이달 열릴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3월 FOMC에서 빅스텝 금리 인상 가능성은 74.9%로 전날(31.4%)보다 대폭 상승했다.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가 최대 6%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최종금리는 4.9%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 노트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2%대로 낮추기 위해 금리를 6%로 올린 뒤 장기간 유지할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킥스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킥스는 보험을 시가평가하는 새 회계기준(IFRS17)에 맞춰 개정한 자본건전성 제도다.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요구자본은 보험사가 각종 위험에 노출된 규모를 측정한 액수다. 금리가 상승하면 부채 규모가 자본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난다. 금리가 하락하면 반대다.
보험사들은 그간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을 많이 미뤄줬는데도 불구하고 새 제도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아직도 새 제도 도입을 위한 인력조차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보험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보·NH농협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최대 10년간 일부 규제를 완화해주는 경과규정을 적용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한화생명은 경과조치는 요청하지 않았지만, 킥스 관리를 위해 2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았다.
특히 새해 들어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자본건전성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삼성생명은 주요 대형 보험사 가운데 킥스 수치를 유일하게 공개했는데, 작년 9월 말 기준 킥스는 210% 정도로 기존 제도(RBC)보다 25%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새해 시중금리는 작년 9월 말 대비 더 내려갔기에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은 더 많이 내려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킥스가 보험사들에게 부담인 이유는 요구자본을 더 엄격하게 측정하기 때문이다. 우선, 해지·사업비·장수·대재해리스크 등 측정하는 위험 항목이 새롭게 추가된다. 또 각 위험액 측정에 있어 ‘충격 시나리오’ 방식이 도입된다. 예컨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금리리스크는 금리 하락, 상승, 평탄, 경사, 평균회기 등 5개의 상황을 가정해 산출한다. 과거 고금리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매한 대형 생보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올해 새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보험사들의 건전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보험사가 건전성 문제로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만큼 당국은 보험업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부터 매월 간소화된 킥스 지표를 보고하도록 보험사에 요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보험사들은 경과조치를 전략적으로 신청했지만 여전히 킥스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더구나 제도 시행 초기에 부담이 더 큰 만큼 시중금리 상승은 보험사들에 좋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