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평형에 금리인상 추세 등 불안요소 부각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 요건 및 장단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 재건축(이하 올림픽파크 포레온) 미계약 물량 공급이 시작됐다. 한 세대가 실거주하기에 턱없이 규모가 작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전국구 누구나 청약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완판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11월 일반분양을 하고 계약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잔여세대 899가구에 대해 이날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번에 풀리는 타입은 ▲전용 29㎡ 2세대(분양가 최고 5억2300만원) ▲39㎡ 638세대(분양가 최고 7억1500만원) ▲49㎡ 259세대(분양가 최고 8억8100만원)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가 최고 460만원 가량 더해진다. 같은 자치구에 비슷한 규모로 준공된 헬리오시티 전용 49㎡가 시세 9억원을 형성하고 있는 점에 견주어보면 당장 입주가 불가한데도 분양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당첨자 발표는 13일이고 20일 계약을 하게 된다.

청약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초기 필요자금이 적게 드는 점은 청약 흥행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전용 49㎡를 발코니까지 확장해 최고 9억원이라고 치면 약 한달여 기간 안에 두 번에 거쳐 계약금 20%인 1억8000만원의 자금을 준비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LTV) 70%가 적용됨에 따라 입주시점에는 계약금까지 포함해 총 2억7000만원이 있으면 된다. 또한 입주 시점에는 거주의무가 폐지될 것으로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만큼 전세로 세입자를 구하고 잔금을 치르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매제한도 최근까지 8년이었지만 앞으론 1년으로 조정된다. 1년 뒤 시황이 좋으면 바로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계약금 20% 만으로 차익을 누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게다가 이번 사업장의 무순위 청약은 무주택, 거주요건 등이 모두 폐지된 후 시행되는 첫 단지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그동안 청약자 본인이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해야 하고 본인과 배우자, 해당 가구 구성원 모두가 무주택자여야 무순위 청약이 가능했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다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됐다.

만 19세 이상이면 주택 및 청약통장 소유와는 무관하게 누구나 청약 가능하다. 문턱이 낮아진 만큼 청약수요도 몰릴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지만 하루 전 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순위 모집에 2만명이 몰려 평균경쟁률 198대 1을 기록하는 등 추첨제 도입과 전매제한 축소 등으로 서울 청약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흥행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부동산업계는 전국적으로 다주택자들의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임대사업 등을 고려하는 투자 수요가 이번 무순위 청약에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둔촌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국의 다주택자들이 모두 줍줍이 가능해졌는데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잠실 리센츠 전용 27㎡은 지난해 시장이 좋을 때 12억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차익을 충분히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대수가 1만2000세대로 초대형 규모인 만큼 입주 1~2년 간은 시세가 출렁이는 등 조정을 받을 수 있는 한계로 꼽힌다. 또한 지난달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네 곳의 경우 기준금리는 그대로지만 시장 채권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지난달 기준 연 4.13% 수준이던 대출금리 최저점이 전일 기준 4.41%로 0.28%p나 올랐다.

게다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하루 전 “최종 금리수준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인상 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까지 밝혔다. 간만에 찾아온 청약시장의 온기를 빅스텝 공포가 꺾여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둔촌주공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사업장인 만큼 분양업계 모두 줍줍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장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고 현장 분위기가 좋다”면서도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보다 10.6%(7211가구) 증가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2257가구, 지방은 6만4102가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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