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사 종합지급결제 허용 논의
카드사 자체 입출금 계좌 개설 가능성 열려
은행계 카드사, 계열사 간 수신 경쟁 벌일 가능성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의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금융당국이 보험사, 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도 입출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검토 중이다. 카드업계는 이를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한편에서는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같은 계열사인 은행과의 수신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권간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허용과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 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 결제 겸용 허용 등이 구체적인 논의 대상으로 검토됐다.
종지업이란 간편결제·송금 이외에도 모든 전자금융업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을 뜻한다. 종지업 사업자는 은행 제휴 없이 이용자에게 계좌를 개설해줄 수 있으며 급여 이체, 카드 대금, 보험료 납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종지업이 허용되면 은행이 아닌 사업자도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해주고 이를 통해 전자자금이체 업무를 제공할 수 있다.
카드업계는 카드사에 대한 종지업 허용 논의를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는 탓에 회사채(여전채) 발행을 중심으로 사업 자금을 마련해왔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채권을 비롯한 시장금리가 크게 치솟았고 그 결과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만약 카드사의 종지업 허용으로 은행처럼 입출금 계좌를 발급할 수 있게 되면 채권 발행 외에 수신을 통해서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창구를 다변화해 여전채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에 대한 리스크를 상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은행 계좌를 거쳐야 했던 카드대금, 간편결제 관련 출금 업무를 카드사 자체 계좌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 편의성을 높임과 함께 그간 카드사들이 은행에 지급해야 했던 수수료 지출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든 신용카드든 카드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은행 계좌를 따로 등록하는 등 타 금융기관의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소비자 불편이 있었다”며 “카드사 자체 입출금 계좌 개설이 허용되면 카드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 대상으로 별도 계좌 인증 없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은행에서 출금할 때 카드사는 은행에 출금 요청을 보내고 의뢰한 건에 따라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며 “종지업 도입으로 이런 과정이 카드사 내에서 모두 처리된다면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카드사 전용 계좌 개설이 가능해질 경우 카드사들은 수신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은행의 수신 상품과 경쟁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은행계 카드사 입장에서는 같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인 은행과 경쟁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발급해야 했던 입출금 계좌를 카드사에서도 발급할 수 있게 되면 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은 카드 발급을 위해 굳이 은행에서 따로 계좌를 발급할 이유가 없다”며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우 신규 계좌 유치를 두고 같은 계열사인 은행과 경쟁하게 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카드사 전용 계좌 이용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이나 캐시백 등 리워드를 제공해 은행의 수신 상품과 실질적인 경쟁 촉진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