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 특고종사자 노조 활동 개입 비판 제기···국회서 대응 법안 논의 추진
“노조법 공정거래법 배타적 관계”···“유럽, 노조가입 1인자영업자 경쟁법 미적용”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정거래법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정거래법 토론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노동자성이 있는 특수고용종사자의 노동조합 활동에 사업자에게 해당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입한단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개인사업자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의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간 노동자성 관련한 사법부 판단이 유연했단 점을 감안할 때 근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란 분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지난 2021~22년 진행한 총파업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도했다. 집단운송거부를 하면서 부당한 공동행위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공정위는 조사 방해행위를 했다고 보고 전원회의를 통해 화물연대 본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달부터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노조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고,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사업자 단체이기 때문에 사업자성 여부에 대해 판단을 한다”며 “사업자성은 주체가 어떤 형태를 띄고 있는지 상관 없이 사업 활동을 하는 범위 안에서는 사업자, 사업자 단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조치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우리 헌법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하지만, 현행 법률은 노동3권이 사업자나 사업자단체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화물운송종사자가 해당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과 노동법 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로 보고 규율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에 노동계를 중심으로 실제 노동형태와 노무제공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운송 전 과정은 화주기업과 운송사 지시 감독을 통해 진행되며 화물노동자 운임과 근로조건 역시 화주기업이 결정한다”며 “화물노동자의 노무제공 실질과 경제적 종속성이 분명하므로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화물 노동자 및 화물연대 조합원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노동조합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노조 탄압 및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란 주장이다. 

그러나 경쟁당국 판단은 다르다. 공정위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경우 일단 구성원 대부분이 이제 개인 사업 등록을 하고 직접 또는 위수탁을 통해화물운송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화물연대는 그런 화물운송 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설립, 행위를 하는 단체이기에 사업자 단체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사업자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고 이번에 행위도 사용자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화물연대 소속 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졌기에 사업자 단체 행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공정위의 판단이 우리 정부가 지난 2021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취지에 반한단 비판이 나온다. ILO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종속적 계약자로 분류해 이들을 노동자로 보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 화물운송종사자처럼 사업자 등록을 하더라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헌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는 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법안 소관인 정무위원회 야당 의원 상당수가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개정안 토론회에서도 백혜련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정무위원 상당수가 자리해 법안 논의 동력에 힘을 실었다.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게는 공정거래법보다는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게 적절하단 분석과 법안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권두섭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보다 노동조합법상 노동자 개념은 더 넓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공정위가 말하는 사업자이지만,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일 수 있다”며 “노동조합법과 공정거래법은 배타적 관계에 있고 양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라면 공정거래법은 적용이 안된다고 봐야 한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노동법과 경쟁법이 부딪히는 경우 국제적인 법리 판단 추세에 대한 진단도 있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 여부는 아예 따지지 않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1인 자영업자는 단체교섭과 단체 협약에 대한 법적용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게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공식 입장”이라며 “유럽사법재판소는 1999년 알바니 판결을 통해 단체협약 체결 때 노동법과 경쟁법이 충돌하면 경쟁법은 적용되지 않는 원칙을 세웠고 쿤스텐 판결에선 우리의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하는 위장 자영업자의 경우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경쟁법 적용이 되지않는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EU 집행위가 1인자영업자 조직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경쟁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1인자영업자 가이드라인 소개도 있었다.

박 교수는 “가이드라인은 1인자영업자를 고용계약이 없거나 고용관계에 있지 않으며 관련 용역의 공급을 주로 자신의 개인적 노동에 의존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면서 상대방이 본질과 목적상 1인자영업자의 노동조건에 관한 범위에서 협상하고 체결하는 계약을 단체협약으로 정의한다”며 “노동자가 아닌 1인자영업자라도 상대방에 비해 협상에서 입장이 약하기에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들의 단체협약이 공동행위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법안은 공정위가 노조활동에 개입하지 못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혀있다. 다만, 법안이 입법으로 이어지더라도 논란이 근본적으로 해소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조합, 근로자 해당 여부가 일률적으로 판례가 모든 경우에 화물 차주들은 전부 다 근로자다,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도 아니고, 개별 케이스마다 고용관계, 지휘감독 관계에 따라 판단 하는 부분이다. 법안이 입법된다고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 지금단계에서 일률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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