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신성장 동력으로 신약개발 R&D 집중
신약 파이프라인 재가동·신규 물질 도입 가능성
ADC·이중항체·mRNA 등 차세대 기술 주목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이 복귀를 선언하면서 셀트리온그룹이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엔데믹 변수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자 셀트리온의 신성장동력 확보가 더욱 시급해졌다. 서 명예회장은 신약 연구개발(R&D) 및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해외 시장 확대 등에 주력해 위기를 돌파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서 명예회장을 셀트리온홀딩스와 그룹 상장 3사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달 28일 각 사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서 명예회장은 은퇴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게 된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에는 크게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경제 위기 대응과 전략제품 출시 및 시장 확대, 계열사 합병 등의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서 명예회장은 우선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쓸 전망이다. 최근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한계 지적이 나온 게 한몫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은 2조283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영업이익은 6471억원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램시마IV'의 매출 비중 증가 및 진단키트 관련 일시적 비용 발생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램시마IV는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램시마를 피부에 직접 주사하는 형태로 개선한 개량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의 신약 파이프라인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약개발 R&D 투자도 불가피하다. 셀트리온그룹의 신약, 합성의약품, 공정, 임상 R&D 등 연구 관련 부서는 오는 4월 인천 송도에 위치한 글로벌 생명공학 연구센터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약 300명 규모로 신약 초기 연구부터 임상시험 약물 생산까지 연구센터에서 한 번에 진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항체 신약 'CT-P27'은 지난 2021년 임상 2b상이 종료됐다. 아직 3상 진입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비후성심근증(HCM) 치료 신약 'CT-G20'과 심혈관계 희귀질환 'CT-G11'은 1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셀트리온은 미국, 폴란드, 한국 등에서 진행 중인 CT-G20의 개발을 2023년 초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CT-G11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이 공동개발 중이다. 

이밖에도 셀트리온은 B형 간염 치료 신약 'CT-P24', 독감백신 'CT-P25', 유방암 치료 신약 'CT-P26'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해당 물질의 현재 개발 단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요 신약개발 투자·협력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셀트리온은 크게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주력할 전망이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과 투자 및 협력 관계를 맺고 신약 공동개발에도 나섰다.  

지난 2021년 5월 셀트리온은 미래에셋그룹과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4700만달러의 지분을 투자했다. 두 기업은 ADC 치료제 공동 개발도 진행 중이다. 투자금 절반은 이미 집행 완료했고, 나머지 투자금은 특정 마일스톤(기술료) 충족 시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엔 국내 ADC 전문 바이오벤처 피노바이오에도 1조7758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피노바이오가 개발 중인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을 도입해 최대 15개 타깃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중항체 기술 기반의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바이오테크 에이비프로와 HER2 양성 유방암 이중항체 치료제 'ABP102'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와도 mRNA 차세대 백신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신약개발에 도전한 셀트리온이 어떤 물질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키우게 될지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약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어느 정도 임상이 진전된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적잖은 파이프라인 개발 시동을 잠시 멈췄을 것"이라며 "서 명예회장의 등판으로 어떤 파이프라인이 재가동되고, 주요 신약으로 키울지가 신성장 동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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