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공개매수 사례 늘어···대다수가 매수가 부근까지 주가 급등
“공시 후 투자 시 리스크 높아···기존 주주도 공개매수 참여 앞서 꼼꼼히 따져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상장사의 공개매수가 증시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 득실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공개매수가 일반적으로 호재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적정가에 미치지 못하는 매수가, 기관의 공개매수 미참여 등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 대세 이슈된 공개매수···주가 급등 이어진 사례 다수

원사 생산 전문업체 일신방직은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0.77% 상승한 13만7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52주 신고가로 일신방직이 지난달 주당 10만원 안팎에서 줄곧 움직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상승폭이다. 일신방직이 소액주주들의 요구들 들어 주당 15만원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지은 것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이 공개매수 결정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올 들어 다수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공개매수는 특정 기업 주식을 미리 매수 기간, 매수 가격 등 특정 조건을 공시해 시장 외에서 주식 등을 매수하는 제도다. 전체 지분의 5% 이상인 주주가 공개매수를 진행할 수 있고 통상 현재가 보다 높은 가격에서 공개매수가 된다는 점에서 호재로 분류된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등장한 공개매수 이슈도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오스템임플란트가 대표적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달 25일 주가가 14.65% 상승한 18만6300원에 마감했는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주당 19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시 전만 하더라도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16만2500원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에스엠 역시 공개매수 이슈에 주가가 급등한 사례였다.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우군으로 등장한 하이브가 지난 10일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공표하자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6.45% 상승한 11만4700원에 장을 마친 바 있다. 다만 하이브의 경우 최종적으로 공개매수에는 실패했다.

공개매수 결정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자 이를 요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15일 남양유업에 주당 82만원으로 일반 주주 지분 50%를 매수하라고 주주제안에 나섰다. 현재 남양유업의 주가는 54만4000원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의 지분을 공개매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 “무작정 따라갔다가 낭패 볼 수도···유불리 꼼꼼히 따져야”

공개매수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공개매수 이슈 역시 리스크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특히 공개매수 공시 이후 투자를 할 땐 개별 종목의 상황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적정가에 미치지 못하는 공개매수가, 기관의 공개매수 참여 여부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2012년 한라공조(현 한온시스템)의 당시 대주주는 지분 25.1%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주가는 실망 매물이 출회하며 급락한 바 있다. 샘표식품 역시 2008년 한 사모펀드가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공개 매수가에 매력을 못 느낀 주주들이 대거 참여하지 않으면서 주가가 크게 내렸었다. 

세금 문제도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분류된다. 공개매수는 장내가 아닌 장외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차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공개매수 공시 이후 주가가 공개매수가까지 도달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인데 이 같은 세금이 고려된 영향이다. 무위험차익을 기대하고 섣불리 투자했다가 세금 탓에 손실을 보는 사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주주들의 경우에도 공개매수에 응할지를 자세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공개 매수가가 투자자가 판단하는 적정가치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거나 반대로 공개 매수가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경우에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것도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라며 “공개매수의 목적과 주체, 상장사의 기업가치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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