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1~2월 판매량 전년 동기 대비 15%↑···같은 기간 캐스퍼 판매량은 14%↓
생계형으로 이용 많은 레이, 고금리에도 판매 지속···세컨드카 비중 높은 캐스퍼와 달라
레이 EV모델도 판매 기대 모아···보조금 줄어든 상황에서 저렴한 가솔린 모델 존재는 변수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경차 모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생계형으로 이용이 많은 레이는 지난해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지만, 세컨드카 비중이 높은 캐스퍼는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레이 전기차 모델 역시 흥행을 이어갈지 기대가 높아진다.
6일 기아에 따르면, 레이는 올해 1~2월 7853대 판매되며 전년대비 판매량이 1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캐스퍼가 6234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판매량이 14.0% 감소한 것과 비교가 된다. 올해 고물가·고금리 흐름으로 경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 모델이 서로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레이의 경우 넓은 공간 특성을 기반으로 생계형 차량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가격에 넓은 공간까지 확보하고 있어, 경형 벤 다마스가 단종된 상황에서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캐스퍼는 상대적으로 세컨드카 수요가 높아 금리 부담 속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캐스퍼는 20대보다 30~40대가 선호했다. 캐스퍼는 30대와 40대 집단에서 각각 베스트 셀링카 3, 5위에 올랐지만 20대에선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경차지만 사회 초년생이 첫차로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다.
상품성 역시 판매량 차이의 원인이 되고 있다. 레이는 지난해 9월 부분변경과 함께 상품성 개선이 이뤄졌다. 운전석을 포함해 모든 좌석이 ‘풀 플랫(180도 수평이 되게 접는 것)’ 될 수 있도록 제작돼 공간 활용성이 늘었다. 차로유지 등 운전보조 기능과 통풍시트 등 편의기능도 추가됐다. 캐스퍼는 출시 3년차에 접어들며 이전보다 반응이 미지근하다.
레이의 인기는 레이EV에 대한 흥행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레이EV는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1회 충전 최대주행거리가 다소 짧더라도 주로 도심에서 이용되는 만큼, 유류비 절감 효과에 힘입어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생계형 차량으로 이용되는 포터EV는 211km에 불과한 주행거리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지자체별 화물차 보조금도 포터EV로 인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문제는 가격과 대체 가능성이다. 포터EV는 화물차로 분류돼 국고보조금 12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 400만원이 지급된다. 올해 보조금액이 줄어들었지만 총 160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가 여전히 크다. 아울러 정부가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기존 디젤 모델을 구매하기에 부담이 따른다. 포터 디젤 모델 단종 소식 또한 전해진다.
승용차에 속하는 레이는 최대 680만원의 국고보조금과 180만원의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을 지급받을 수 있다. 3000만원대에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20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데, 기존 가솔린 모델의 가격이 1390만원에 불과해 흥행을 보장하기 어렵다. 가솔린차에 대한 규제는 디젤차에 대한 규제만큼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 역시 레이EV의 흥행 가능성을 점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레이와 캐스퍼 모두 경차로 분류되지만 사실 차이가 크다”며 “국내 유일 박스카인 레이는 넓은 실내공간으로 다목적성을 띠어 전기차로 나와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