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생명 “킥스 적용 미뤄달라” 당국에 요청
영업확장 제한될듯···지주, 자금투입 부담도 ‘계속’
비은행 ‘맹주’ 하이투자증권, 올해도 쉽지 않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생명이 새 자본건전성 제도(K-ICS·킥스) 도입을 유예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하면서 모기업인 DGB금융지주는 올해도 비은행 계열사로 인한 시름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DGB생명은 규제 부담은 줄어들지만, 건전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만큼 실적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지원을 계속 해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와 함께 최대 비은행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도 올해 적극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새 자본건전성 제도인 킥스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도입으로 인해 건전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경과조치 제도를 마련했다. 최대 10년간 새 제도 중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이 큰 일부 기준을 완화해준다.
DGB생명의 경과조치 신청 결정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자본건전성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작년 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평가손실이 불어나 기존 제도(RBC) 아래서 자본건전성 지표가 법정 규제치인 100% 아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말에도 RBC가 119%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밑도는 등 건전성이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DGB생명의 이번 결정은 회사 자체만 놓고 보면 비교적 현명한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DGB생명은 상장사가 아니기에 경과조치 요청으로 인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경우 킥스 적용을 미루는 것은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건전성 관리가 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배당이 제한되는 점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DG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DGB생명은 주가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 이에 경과조치를 통해 새 제도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 경영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문제는 모기업인 DGB금융지주다. DGB생명의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계속 안기 때문이다. 경과조치를 적용받은 보험사는 새 제도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지만, 건전성 개선 정도에 대한 당국의 감시는 더 강화된다. 매 분기마다 당국에 보고서를 따로 제출해야 하며 배당 규모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모기업이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에도 DGB생명에 24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작년 3월 DGB생명이 발행한 9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매입했으며, 6월엔 152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전량 인수했다. 그 결과 DGB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은 하락했다. 작년 말 기준 DGB금융지주의 기본자본비율은 12.6%로 1년 전 대비 1.15%포인트 크게 내렸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가 보험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자본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과 같다.
더구나 DGB생명이 경과규정 적용기간 동안 실적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DGB생명은 경과조치가 적용되면 경영 전략 상 자본건전성 개선의 비중이 더 커진다. 그만큼 실적 급증을 위한 적극적인 영업은 어렵다. DGB생명은 그룹 내 자산 규모 3위 계열사다. DGB생명의 당기순익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그룹 전체 성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DGB생명 외에 DGB의 최대 비은행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도 올해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큰 만큼 부동산 경기에 따라 수익성과 건전성 수준이 좌우된다. 작년 말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의 비중은 93.3%다. 부동산PF 대출채권 가운데 부실 규모가 불어나면 모기업인 DGB금융지주가 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들이 크게 부진하면서 전체 실적도 감소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당기순익이 전년 대비 75% 급감했으며, DGB생명도 같은 기간 순익이 반토막 났다. 그 결과 DGB금융지주의 작년 연결 순익은 대구은행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1년 전과 비교해 19.3% 줄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도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증권업 전망이 좋지 않아 주요 금융지주들도 비은행 계열사 실적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DGB금융지주는 보험 부문도 건전성 이슈가 있어 올해도 은행 실적 의존도가 더 커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