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익 836억원···전년比 3배 이상 ‘급증’
2021년 흑자 전환 이어 외형 성장 지속
순익 성장에도 자기자본비율은 여전히 하락세
“규제 비율 상회하는 수준···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냐”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케이뱅크가 지난해 이자이익 급증에 힘입어 역대급 순익을 거뒀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8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는 전년(255억원) 대비 272% 급증한 규모다. 수신 경쟁 심화와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대출 시장 침체에도 안정적인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2분기 당시 4년여 만에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계속해서 순익 성장을 이루며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케이뱅크의 역대 최대 실적에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한 금리 대응 등을 통해 여·수신 성장을 이어간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수신 잔액은 14조6300억원, 여신 잔액은 10조77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9.2%, 51.9% 증가했다. 수신 잔액 증가에는 수신 상품의 파격적인 금리와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단기 예금 출시 등이 한몫했으며, 여신의 경우 시장 흐름에 맞춘 신상품 출시와 선제적 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을 이어갔다는 게 케이뱅크 측 설명이다.
여·수신 잔액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결과 이익 지표도 개선됐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852억원으로 2021년(1980억원) 대비 94.5% 급증했다. 그 결과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말 2.51%로 2021년 말 1.56%에서 0.95%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이같은 순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말 케이뱅크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94%로 전분기(14.51%) 대비 0.57%포인트 하락했다. 케이뱅크의 자기자본비율은 2021년 9월부터 줄곧 하락세다.
BIS 자기자본비율이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 자본이 예상치 않은 손실에 대비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해당 비율을 최소 8%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규제치가 8%라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비율은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케이뱅크의 자기자본비율이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 등 경쟁사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의 BIS 비율은 ▲KB국민은행 17.56% ▲신한은행 17.72% ▲하나은행 16.61% ▲우리은행 15.6% 등이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경우 37.2%로 케이뱅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통상 순익이 증가하면 자본 규모가 늘어나면서 BIS 비율도 개선된다. 그럼에도 케이뱅크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이유는 순익 성장 대비 대출 자산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케이뱅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달 상장을 철회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연내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다시 신청할 방침이지만 정확한 시점을 기약할 수 없어 언제쯤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대출 영업을 지속해서 확대하면서 여신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며 “자기자본비율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여신 규모 성장으로 위험자산비중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PO가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 테지만 지난해 대내외 환경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등의 상황으로 상장을 철회하면서 계획이 달라졌다”며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고 있으나 규제 비율에서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