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소비자가 자동차 결함 여부 규명하게 돼 있어···국회 정무위서 개정 논의 이뤄질 예정
‘페달 블랙박스’가 그나마 현재로선 대안
일본 토요타는 과거 미국서 벌금 1조원 낸 바 있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가 3달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시 해당 차량은 할머니가 운전하고 있었고 손자가 함께 타고 있었는데, 강릉 내곡동 한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흰 액체를 분출하며 굉음과 함께 질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차량은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은 후에도 속도가 줄지 않은 채 계속 주행하다 지하통로에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12살 손자는 숨지고, 중상을 입은 운전자 68세 할머니는 교통사고 위반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졸지에 어린 아들을 잃고 모친은 입건되는 비극을 맞이한 아버지 이상훈씨는 이 국내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해당 스포츠유틸티리타량(SUV) 차종은 2021년에도 한 운전자가 급발진 의심 상황 속 저수지로 차가 빠져 숨지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운전자는 “뭐야?”, “미치겠네. 문도 안 열려” 라고 외치며 당황하는 모습이 담겨 본인이 직접 차의 엑셀레이터를 밟은 게 아니라, 해당 차량이 급발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었죠.
이처럼 급발진 사고 관련 논란은 수년 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막상 이와 같은 사태가 터졌을 경우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나 방법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급발진 사고가 났는지 여부를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입증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차에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를 제작사가 밝히게 하지 않고 소비자가 밝히게 하고 있어 규명이 쉽지 않다”며 “전자기 이상이 생긴 경우엔 흔적이 남지도 않기 때문에 국과수에서 조사를 해도 장치 이상 없음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결국 소비자 잘못이 되는 구조”라고 전했습니다.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만 이 역시 간접증거로 활용될 뿐, 차량이 혼자서 급발진 했다는 증거로는 인정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구조들을 봤을 때 막상 한국에서 실제로 급발진 의심사고를 당하게 되면 소비자로서는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것이 그나마 향후 문제가 생겼을 시 운전자의 잘못인지, 자동차의 결함 때문인지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는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갔습니다. 아버지가 올린 국회 국민동원 청원이 동의요건을 충족해 국회 정무위원회로 회부된 것입니다. 국회 정무위에선 급발진 의심사고 발생시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에게 갖게 전환할지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지난 2014년 미국에선 일본 토요타가 급발진 문제로 1조원 넘는 벌금을 내고 수사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