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취급 않는 저축은행 늘어
신용대출 평균금리 16%대···작년 말 대비 상승
“수신금리 인상에 조달비용 증가···저신용 대출 취급할수록 손해”
4월부터는 대출 문턱 완화 전망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신용자의 주요 대출 창구로 꼽히는 저축은행이 올해 들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금리 역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에 내몰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중 12곳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에는 9곳이었으나 두 달 새 3곳이 늘어난 것이다.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도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저축은행이 취급한 신용대출상품 79개의 평균금리는 연 16.25%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15.78%, 올해 1월 말 15.96%였던 것과 비교하면 꾸준히 오름세다.
대형 저축은행 상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직장인대출’의 평균금리가 19.47%로 1월(19.02%)보다 0.35%포인트 올랐으며, 중금리대출 상품인 ‘SBI중금리’도 지난 1월 말 15.47%에서 2월 말 15.93%로 0.46%포인트 상승했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중금리대출’의 평균금리도 1월 말 14.78%에서 한 달 새 0.31%포인트 오른 15.09%로 집계됐다.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중금리 신용대출’ 역시 지난달 평균금리가 14.41%로 1월 말(13.96%)보다 0.45%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별 평균 대출금리도 지난달 말 기준 16.53%로 전월(16.29%) 대비 0.2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금리 상승은 중·저신용자의 대출 접근성 악화로 직결된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문을 걸어 잠그는 배경에는 지난해 조달비용 상승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증가했지만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된 탓에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할수록 역마진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들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수신금리 경쟁이 격화된 바 있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를 폭발적으로 올리자 자금 이탈을 우려한 저축은행 업계는 이에 발맞춰 수신금리를 상향했고 그 결과 지난해 8월 말 1년 만기 기준 3.56%였던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0월 말 5.53%로 뛰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뛰었다”며 “예금금리가 많이 오르면 상승한 조달비용이 대출금리에도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저신용자 구간에 적용되는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인 20%를 넘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달비용이 급격히 올랐지만 대출 금리를 20% 이상으로 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돼버렸다”며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오는 4월부터는 저축은행별로 대출금리가 소폭 하락하거나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을 확대하는 등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 변화는 3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된다”며 “올해 1월부터 예금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4월부터는 대출 문턱이 지금보다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