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사 ‘에어플러그’ 인수 과정 역할
측근 논란 속 현직 사내이사 후보자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CEO) 최종심사 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윤경림 KT 그룹트랜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두고, 구현모 대표의 ‘보은성 투자’ 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H사 부사장으로서 H사가 구 대표 친형의 회사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단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 대표의 측근이자, 현재 KT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구 대표의 경영 활동을 도와 온 윤 사장이 차기 CEO 후보군에 포함된 것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난도 나온다.

2일 정치권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가 지난달 28일 ‘KT 출신’들로 차기 CEO 후보군을 확정한 가운데, 구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 사장이 심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은성 투자’ 이혹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구 대표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H그룹에 대한 투자 관련 보은 성격에 대한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 수사는 탐문, 내사, 입건, 수사 등으로 구분되는데 현재는 의혹에 대한 조사 초기 단계다. 이와 관련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해말부터 KT 직원 등을 접촉해 구 대표의 투자 혐의점을 파악하고 있다. 

에어플러그는 구 대표의 친형이 2010년 6월 설립한 회사다. 설립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초 KT에 ‘ABC 솔루션’을 제안, 투자를 유치했다. 2013년엔 ABC 솔루션 필드테스트를 거쳐 KT와 ABC 솔루션 상용화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당시 KT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해외로 사업을 넓히겠단 포부를 밝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3년간 6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경영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어플러그는 H사와 2016년 차량용 통신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을 맺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여기에 H사는 2019년 9월 에어플러그에 36억원을 투자해 지분 16.84%를 확보한 데 이어 2021년 7월엔 245억원을 추가 투자해 에어플러그를 인수했다.

이 가운데 구 대표는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H그룹에 보은성 투자를 해줬단 의혹을 받고 있다. 구 대표가 H사의 에어플러그 인수에 따른 재무적인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지급보증을 서줬단 것이다.

특히 당시 H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윤 사장이 H사의 에어플러그 인수 작업에 관여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윤 사장은 에어플러그 인수 작업 완료 2개월 뒤인 2021년 9월 KT로 재입사해 당시 신설 조직인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이끌기 시작했다. 윤 사장은 지난해 KT와 H사의 7500억원대 지분 맞교환도 주도했단 의혹도 받는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구 대표의 보은성 투자 의혹과 관련해선 윤 사장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KT 자회사 KT클라우드가 지난해 9월 중소기업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의 지분 100%를 206억8000만원에 인수한 것도 보은성 투자와 무관치 않단 의혹도 나온다.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는 H그룹 회장과 동서지간인 박 아무개씨가 2005년 10월 설립한 회사로, 총인원은 30여명이 채 안 된다. 이 회사의 2021년 매출이 약 70억원, 지난해 1분기 자산이 13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KT클라우드가 현재 가치보다 성장성을 높게 봤단 평가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H그룹 회장과 동서지간인 박 아무개씨가 에어플러그에 투자한 뒤 손실이 났는데, H사가 에어플러그를 인수해 손실액을 보전해준 것”이라며 “또 KT가 KT클라우드를 통해 박 아무개씨의 회사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인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현재 사내이사로 활동 중인 윤 사장이 차기 CEO 후보군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윤 사장은 지난해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위원으로서, 구 대표의 연임 우선 심사를 비롯해 ‘복수 후보’에 대한 면접 심사에 참여했다.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깜깜이 경선’ 지적이 제기된 바 있는데, 윤 사장은 당시 매 회의에 참석해 줄곧 ‘찬성표’를 던졌다.

KT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과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 사장, 윤 사장, 신수정 현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부사장 등 차기 CEO 후보 4인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이후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결정한 CEO 후보 중 1인을 오는 7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신임 CEO는 이달말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2026년 3월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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