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복지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연구 플랫폼 마련·한국형 치료제 등 개발 사업
과기정통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치료 원천기술 개발 신규 사업 선정' 진행
美 마이크로바이옴 범부처 실무그룹 구축, 식량 생산·에너지 등 여러 분야 활용계획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정부가 한국형 마이크로바이옴 후보물질 개발에 나섰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각광 받으며 각국 정부가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등장할 지 주목된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내달 2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병원 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과 관련한 전문가 설명회를 개최한다. 전문가 설명회에서 의료계, 학계, 제약·바이오 산업계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병원 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을 설명하고 운영 지침 마련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은 난치성 질환에 특화된 국가 차원의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연구 플랫폼을 마련하고 한국형 표적 치료 후보물질·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 간 질병청과 복지부가 공동으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 밖에 과학기술정부통신부의 연구개발사업 계획에도 마이크로바이옴 내용이 들어가는 등, 정부는 관련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연구개발사업 종합시행계획’에 포함된 3대 분야 10대 중점 투자 방향 중 미래 핵심기술 확보에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사업이 포함됐다.
정부는 미래 핵심기술 확보 중 하나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치료 원천기술 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선정하고 총 55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치료방법을 대체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만성 난치성 질환 및 항암 치료를 위한 원천기술개발 공고를 내고, 관련 기술을 모집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유전자를 의미하는 게놈(genome)을 합쳐 만든 단어로,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 전체를 포함하는 미생물군집을 뜻한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 인체 내 미생물이 비만, 당뇨, 아토피는 물론 노화, 정신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는 다수 보고가 나왔다. 특히 지난 10년간 6만편이 넘는 논문을 통해 다양한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형 당뇨병, 종양과 암, 영양결핍, 전신홍반루푸스,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스트레스, 우울증, 파킨슨병, 뇌졸중, 혈전증, 류마티스 관절염, 골다공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간경화,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부터 비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돼있다고 알려졌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법 개발도 이와 더불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러 기업도 관련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지놈앤컴퍼니, 고바이오랩 등의 국내 기업이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마크로젠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진단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바이오는 연세대학교 의료원과 공동으로 세브란스병원 광혜관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셀트리온, CJ바이오사이언스 등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기업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 사업에 기대가 모이는 배경이다. 한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관계자는 “기업 각자도생이 아닌, 정부 주도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개발 구축이 이뤄진다면 그 개발 범위나 속도가 확장될 것으로 본다”라고 기대를 전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술 연구가 활발하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마이크로바이옴 범부처 실무그룹을 두고 마이크로바이옴 전략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략 게획을 통해 암치료, 항생제 등 질병 분야 뿐 아니라 식량 생산, 에너지, 생태계 서비스, 공중보건 등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사용할 계획을 폭넓게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