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성장세·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성과로 4연임 유력
금융당국, CEO 연임 부정적···견제 분위기 형성 속 부담 작용 관측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 강화···의결권 행사 안건 수와 반대 비중 증가 추세
"당국 압박과 함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영향력 상당부분 관철될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카카오뱅크가 다음달 초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4연임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괄목한만한 성과를 이룬 윤 대표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CEO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이자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행동 원칙)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표의 임기는 다음달 29일까지다.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는 이사회 추천과 주주총회 의결 등이 있는 만큼 늦어도 3월 초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개최되고 최종 후보군이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난 2017년부터 5년째 은행은 이끌어오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 체제로 출발했다. 이 대표가 금융 관련 업무를 맡고 윤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담당하는 분업 구조였다. 카카오뱅크는 이 체제를 2019년 한 차례 더 연장했다.
하지만 이후 카카오뱅크는 이 대표가 2020년 1월 정치권에 도전하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윤호영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윤 대표는 이듬해 연임에 또 한 번 성공하며 현재 세 번째 임기를 채우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윤호영 대표의 4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정관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대표직에는 나이 또는 연임 등이 제한이 없다.
윤 대표는 출범 초기부터 카카오뱅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26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했다. 4분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보다 67.4% 급증한 6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거래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편의성과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출시 10개월 만에 잔액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 4분기 취급액은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7900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플랫폼 부문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체크카드 결제 규모는 전년 대비 18% 늘어나 연간 21조원을 차지했다. 결제액 기준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성장해 11.9%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장세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성과가 윤 대표 연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상당수의 주주들은 사업 확장과 경영안정의 연속성을 위해 윤 대표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27.17%)이고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5.66%), KB국민은행(4.9%) 등이 주요 주주로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최대 관건으로 카카오뱅크의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국민연금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KT의 CEO 선임 과정에서도 강한 입장 표명을 통해 결국 구현모 대표의 낙마를 이끌어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금융지주 또는 시중은행 CEO의 장기집권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은행도 그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금융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튜어드십을 거론하며 주인이 없고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기여했던 기업인 만큼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이란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지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의결권 행사 안건 수와 반대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본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강화 입장을 공언하고 있고 윤 대통령도 지난달 말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스튜어드십을 강조한 만큼 당국의 압박과 함께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의 경우 아직 설립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안정적인 경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