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업권 놓고 국내 면세점 4곳·CDFG 등 5개 기업 입찰 참여
관건은 CDFG 신규사업자 선정 여부···국내 면세점, 수요 뺏길 가능성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국내 대기업 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세계 최대 면세기업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4위 스위스 기업인 듀프리는 불참했지만 CDFG가 인천공항 구역 차지에 적극 나서고 있어 국내 면세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과 CDFG 등 5개사가 참가했다. 5사는 인천공항 보세 1·2구역(향수·화장품·주류·담배), 3·4구역(패션·액세서리·부티크), 5구역(부티크)으로 구성된 일반기업 면세사업권 입찰에 참가 신청을 냈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 및 글로벌 면세점 매출 순위.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 및 글로벌 면세점 매출 순위.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일반기업 면세사업권 1, 2구역은 1그룹, 3~5구역은 2그룹으로 구분된다. 면세점들은 5개 구역 입찰에 중복 참가는 가능하지만 그룹 내 중복 낙찰은 불가능하다. 즉 1~5구역 전부 입찰 신청을 내도 1~2구역(1그룹)과 3~5구역(2그룹) 내에서는 중복해서 낙찰받을 수 없다.

이날 면세점들은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했다. 이후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제안평가점수(60점)과 가격평가점수(40점)를 합산해 고득점순으로 적격사업자를 복수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인천공항의 1차 심사와 4월 관세청 최종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가 결정되며,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면세사업팀 관계자는 “입찰 사업자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으며 어느 기업이 면세 구역을 차지할지는 지금으로서 입찰이 모두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관건은 CDFG다. CDFG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매출 1위에 오른 중국 국영기업이다. CDFG의 강점은 막강한 자본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면세점들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 최대 면세기업으로 올라섰다. 지난 2021년 기준 CDFG는 매출 93억6900만유로로 롯데면세점(40억4600만유로)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로써 CDFG는 상대적으로 국내 면세점들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시할 수 있다.

국내 면세점들은 그간 CDFG가 인천공항 입찰에 관심만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적극 입찰에 나서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천공항 입찰은 규모가 크고, 10년 사업권이 걸려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인천공항공사는 해당 구역 계약기간을 ‘기본 5년+옵션 5년’에서 ‘옵션 없이 기본 10년’으로 정했다. 임대료 체계도 고정임대료 방식에서 ‘여객당 임대료’ 형태로 변경했다.

만약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되면 자국민 수요를 흡수해 국내 면세점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보따리상 수요까지 완전히 가져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는 예상만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힌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 면세점들은 업황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시장 파이를 또 중국에게 뺏길 위기에 놓여 자존심도 상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느낌”이라며 “중국은 국내와 달리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상태고 자금 여력이 있어 국내 사업자들이 따라가기 힘든 입찰가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CDFG가 매출 규모는 크지만 업력이 약해 사업권을 따내도 사업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DFG는 면세점의 힘이라고 볼 수 있는 명품 빅3(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유치한 적이 없다. 또 중국계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위조품 유통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커져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돼도 여론이 좋지 않아 CDFG가 자국민 외 국내 여행객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CDFG는 규모는 빠르게 컸는데 면세점의 핵심인 명품 브랜드는 없고, 화장품쪽 매출로 성장한 것”이라며 “면세점이 위조품을 수입하지는 않겠지만 중국 시장 구조상 유통되는 과정에서 불법, 위조품이 거래되거나 물건 바꿔치기 등 편법을 쓸 수 있어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은 상징성이 큰 곳이라 위조품 거래가 적발되면 국내 면세점에게도 타격이 가할 수 있다”면서 “CDFG가 인천공항 신규사업자로 선정되면 인천을 거점으로 국제공항 진출에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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