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킥스, 기존 RBC 대비 26%p↓
대형 생보사, RBC 당국 권고치 간신히 넘겨
올 하반기 금리 하락하면 건전성 더 악화될듯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삼성생명의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기존 제도(RBC) 대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나머지 보험사들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특히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RBC 수준이 당국 권고치를 겨우 넘긴 상황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실적발표회를 통해 작년 9월 말 기준 킥스가 약 210%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기록한 RBC보다 약 26%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다만 당국의 권고치인 150% 대비 여유 있는 수준이기에 건전성 관리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상태다. 킥스는 IFRS17 도입에 따라 개정된 보험사 자본건전성 측정 지표다. 자기자본(가용자본)을 각 보험사가 가진 위험액(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작년 9월 말 시중금리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 지표가 하락했다. 새 제도 아래선 금리 상승은 보험사의 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시가로 평가된 보험부채 규모가 감소해 가용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작년 킥스 기준 가용자본은 약 44조원으로 RBC 대비 9조원 가량 늘었다. 보험부채가 크게 줄어 발생한 가용자본(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 초과분)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킥스는 계약서비스마진(CSM)도 가용자본으로 인정한다. CSM은 부채 항목으로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CSM은 약 11조원으로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 규모가 가용자본으로 인식됐음에도 불구하고 킥스 지표가 RBC보다 하락했다는 점은 킥스 기준이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킥스가 더 부담스러운 이유는 요구자본 산출을 더 엄격하게 산출해서다. 우선, 해지·사업비·장수·대재해리스크 등 측정하는 위험 항목이 새롭게 추가된다. 또 각 위험액 측정에 있어 ‘충격 시나리오’ 방식이 도입된다. 예컨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금리리스크는 금리 하락, 상승, 평탄, 경사, 평균회기 등 5개의 상황을 가정해 산출한다. 과거 고금리확정형 상품을 대거 판매한 대형 생보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생명도 9월 말 킥스 기준 요구자본(21조원)이 RBC보다 6조원 크게 불어났다.

/자료=삼성생명,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RBC 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생보사들 중 다수는 150~200% 사이를 기록해 당국의 권고치를 간신히 넘겼다. 한화생명(158%), 교보생명(176%), 미래에셋생명(183%), 흥국생명(154%), 동양생명(175.67%) 등이다. 농협생명(106.82%)은 아예 권고치 아래로 내려갔다. 이 밖에 소형사인 DGB생명(113.08%), IBK연금보험(122.93%), DB생명(145.96%) 등도 150%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업계 2위' 한화생명이 2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도 킥스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화생명은 내년 당기순이익의 전망은 밝다.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한화생명은 보유한 CSM이 9조원에 달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매해 보험영업이익이 8000억원 넘게 발생할 정도의 규모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실적발표회 직후 한화생명의 주가는 장중 한 때 15%를 넘은 바 있다. 하지만 당기순익이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은 아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배당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시중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75% 수준으로 작년 9월 말 대비 소폭 내려간 상태다. 이 정도 금리 수준으로도 생보사들의 부담은 더 커진 셈이다. 물론 올해 상반기까지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하반기엔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올해 돌아오는 자본성증권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 행사일도 걱정거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중 올해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규모는 약 4조4000억원에 달한다. 당장 오는 4월 한화생명은 공모 형식으로 발행한 10억달러(약 1조232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해줘야 한다. KDB생명도 5월에 2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중도상환해줘야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킥스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부담은 클 것”이라며 “하지만 건전성이 악화되더라도 킥스 수치가 법정 기준인 100%는 다 넘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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