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피프스시즌 인수로 재무구조 악화되자 지분 매각 가능성 대두
넷마블 지분 中텐센트에 매각시 최대주주 등극···자회사 코웨이도 같이 넘어가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CJ ENM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넷마블 보유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한 지분매입 후보로는 중국 텐센트가 꼽힌다.
텐센트가 CJ ENM이 보유한 넷마블 지분을 인수하면 최대주주에 오른다. 여기에 넷마블 자회사 코웨이마저 패키지로 인수하는 셈이다.
하지만 CJ ENM이 텐센트에 넷마블 보유지분을 매각한다면 국내 대표 게임회사와 국민 정수기 기업을 중국에 팔았다는 ‘매국’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CJ ENM이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고 넷마블 지분을 중국 텐센트에 매각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 CJ ENM, 넷마블 지분 매각설 ‘솔솔’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ENM의 보유한 넷마블 지분 21.78%(1872만주)에 대한 매각설이 그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부진한 실적과 함께 미국 콘텐츠제작사 피프스시즌 인수 당시 끌어다 쓴 차입금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CJ ENM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7992억원, 영업이익 1374억원, 당기순손실 1657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대비 34.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3.7%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적자전환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0TT) 티빙 적자는 지난해 1190억원으로 전년(762억원) 대비 56.2%나 급증했다.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CJ ENM은 2021년 말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로 유명한 엔데버 콘텐트(현 피프스시즌) 지분 80%를 93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대금 대부분은 차입금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CJ ENM의 지난해말 기준 부채총액은 5조9768억원으로 전년말(3조7373억원) 대비 59.9%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2021년말 88.9%에서 지난해말 137.2%로 49.3%포인트 급증했다. CJ ENM의 순차입금은 2조1234억원으로 2021년말(5813억원) 대비 265.3% 폭증했다.
CJ ENM은 그룹 내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구창근 대표가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후 ‘긴축경영’에 나서고 있다. 구 대표는 올해 초 기존 9개 사업본부를 5개로 통합하는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CJ ENM은 지난 9일 진행된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식과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을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4일에는 보유하고 있던 콘텐츠제작사 에이스토리 지분 10.47%(99만8000주) 가운데 1.24%(9만500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주당처분단가는 2만4933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23억6863만원이다.
23억원으로 CJ ENM의 재무구조가 개선될리 없기에 시장에서는 CJ ENM이 넷마블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그치질 않고 있다.
CJ ENM은 방준혁 이사회 의장(24.12%)에 이어 넷마블의 2대 주주다. CJ ENM이 출자한 타법인 지분가치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총3조5432억원에 달하는데 넷마블 지분가치는 이날 종가기준 1조1568억원으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는 넷마블의 3대주주인 중국 텐센트가 거론되고 있다. 텐센트는 한리버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 PTE. LTD)를 통해 넷마블 지분 17.52%(1505만78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게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형태 및 넷마블의 지분구조를 고려했을 때 CJ ENM의 지분은 시장에서 소화되기보다는 전략적투자자(SI) 몫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당순자산(BPS) 6만3000원에 못 미치는 넷마블의 현 주가는 텐센트에게 상당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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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마블 지분매각시 코웨이도 넘어가
CJ ENM이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 지분을 텐센트에 매각한다면 최대주주는 텐센트로 바뀐다. 방 의장과 텐센트의 지분율 격차는 6.6%에 불과하다. CJ ENM이 지분을 전량 텐센트에 매각한다면 텐센트 지분율은 39.3%로 사실상 절대적 최대주주가 된다.
넷마블 최대주주가 텐센트로 바뀌면 3N으로 불렸던 국내 대표게임기업이 중국기업으로 넘어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은 텐센트가 넷마블 최대주주에 오르면 국민정수기 기업 코웨이도 중국 텐센트 산하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넷마블은 지난 2020년 2월 1조7400억원을 들여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를 인수했다. 코웨이는 정수기를 비롯한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 생활가전 렌탈 1위 업체다.
코웨이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넷마블은 코웨이 지분 25.08%를 보유하고 있고 전략적투자자인 2대주주를 찾기 어렵다. 2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7.47%이고 임팩스에셋그룹과 BNP파리바가 각각 6.26%, 5.01%를 들고 있다. 소액주주 비중은 53.05%에 달한다.
CJ ENM으로서는 텐센트에 넷마블 지분을 매각할 경우 국민 생활기업을 중국에 넘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 경제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반면 넷마블이 CJ ENM으로부터 직접 자사주 형태로 지분을 사들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넷마블은 2021년 8월 스핀엑스 인수에 따른 채무부담과 게임사업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조6734억원, 영업손실 1044억원, 순손실 9064억원을 냈다. 넷마블이 적자를 낸 것은 10년만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도기욱 CFO(최고재무책임자)를 각자대표에 겸직 임명하며 비용절감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도 대표는 지난 9일 실적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에는 특별한 신작이 없어 뚜렷한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CJ ENM 관계자는 넷마블 지분 매각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