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등 국회 계류···정쟁 멈추고 법안 처리 나서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규제 완화책을 쏟아내 왔지만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야 대치 속에 많은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법 개정으로 부동산 경착륙을 기대했던 실수요자들만 애가 타는 형국이다.
지난해 미분양과 거래 절벽 해소를 위해 내놓은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내용이 담긴 지방세법 개정안은 야당 반대 속에 이달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정부는 2주택자에 1주택자와 같은 1~3%의 세율을 적용해 중과세를 폐지하고, 3주택자부터는 중과세율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2020년 도입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세율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는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으나 이견차가 여전해 처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적의원의 과반인 169석을 점유한 민주당의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건축 대못 규제로 불리는 ‘안전진단’과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개정 법안도 6개월째 국회에 묶여 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작년 11월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대치로 최근까지 관련 논의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국토위가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재초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지만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초과이익환수제 완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 정쟁 속에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주요 법안들은 쌓여가는 실정이다. 현재 발의를 앞둔 법안은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기 위한 주택법 개정 ▲85㎡ 이하 아파트에 대한 매입형 등록임대제를 복원하고 등록 요건을 강화한 민간임대주택법 및 관련 세제 개정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소득세법 개정 등이 있다.
먼저 발의 된 법안 중엔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 주체를 확대하는 주택법 ▲민간 도심복합사업의 근거 조항을 담은 도심복합법 ▲모든 정비사업에 통합심의를 도입하는 도시정비법(김선교) 등 8·16 대책의 후속법안을 비롯해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한 지원책들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법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예상되면서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대여·대정부 투쟁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갈등이 깊어지면 여야 원내지도부 입김이 작용하면서 정상적인 상임위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까지 각종 부동산 법안들이 선거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쟁 속에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가장 불안한 건 실수요자들이다. 앞서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이후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거래량이 늘고 미계약 물량이 해소되는 등 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계획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시장 혼선은 가중될 것이다.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짐은 물론 집값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은 국민의 재산과 생활에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여야는 표심에 눈먼 정쟁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법안 처리에 집중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