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업체 1만991곳에 영세사업자도 많은데

데브시스터즈의 데드사이드클럽(위)와 액션스퀘어의 앤빌 대표 이미지 / 이미지=각 사
데브시스터즈의 데드사이드클럽(위)와 액션스퀘어의 앤빌 대표 이미지 / 이미지=각 사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정부의 중소 게임사 지원금이 개발과 마케팅 여력이 있는 데브시스터즈, 와이제이엠게임즈, 위메이드커넥트 등 중견기업 자회사에게 흘러들어갔단 지적이다. 규정이 중견기업을 포함하고 있지만 지원금이 절실한 영세기업이 소외됐단 반응이 나온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진흥부(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추진하는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및 게임기업자율선택지원(게임더하기) 사업에서 데브시스터즈, 와이제이엠게임즈, 위메이드커넥트 자회사가 선정됐다. 프레스에이의 ‘데드사이드클럽’, 액션스퀘어의 ‘앤빌’, 라이크잇게임즈의 ‘고양이섬의 비밀’ 등이다. 

프레스에이의 데드사이드클럽은 지난해 총 118억원 규모의 정부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프레스에이의 모회사는 데브시스터즈다. 지난해 국내 게임사 중 연매출(2146억원) 13위에 올랐다. 앞서 2021년 12월 프레스에이는 데브시스터즈를 비롯해 소프트뱅크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 중소개발사 지원 취지에 중견기업 자회사 선정

액션스퀘어의 앤빌도 2022년 게임더하기 최종 선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은 해외시장 직접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게임개발사가 필요한 전문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액션스퀘어는 ‘블레이드’로 게임대상을 수상한 개발사이자 와이제이엠게임즈의 자회사이다. 

액션스퀘어는 게임더하기 사업에 선정되기 전인 2021년 12월 위메이드이노베이션, 넷마블, 원스토어, 와이제이엠게임즈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 액션스퀘어의 앤빌은 ‘2021년 신기술 기반형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서도 한차례 선정된 바 있다. 하나의 게임으로 두 개의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콘진원이 추진하는 다른 사업에 동일 게임으로 중복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지원 연도가 달라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2021년 제작지원 사업에 위메이드커넥트의 자회사인 라이크잇게임즈의 ‘고양이섬의 비밀’이 선정됐다. 라이크잇게임즈는 2021년 1분기 위메이드 계열사인 위메이드커넥트에 편입됐다.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했으나 후순위까지 오른 게임도 있다. 맘모식스는 지난해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람사르 습지 지대 보호를 주제로 개발한 VR 게임을 지원했다. 맘모식스는 카카오의 계열사인 넵튠의 자회사다. 

제작 지원사업의 선정대상 요건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아 콘진원에 제출한 게임사다. 중소기업 기준은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및 3년 평균매출 800억원 요건을 달성하면 된다. 또 대기업이거나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지원이 제한된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중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은 넷마블과 넥슨, 크래프톤 등 세 곳뿐이다.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대부분 중대형 게임사들은 개발 자회사를 두고 게임을 만드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규모가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자금력이 탄탄한 중견기업 계열사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다는 점에서 선정기준 등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게임산업 사업체 수는 1만 991개에 달하지만,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앞서 선정된 액션스퀘어, 프레스에이 등의 모회사 매출은 상위 20위권에 포함된다. 회사 규모를 측정하는 기준을 더 촘촘하게 세워 '진정한 소형업체'에게 지원해야 한다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학과 교수는 “문체부의 게임사업 기준이 좀처럼 바뀌지 않아서 낙후돼 있고, 진정한 지원이 필요한 중소업체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범정부 차원에서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 콘진원 “올해 스타트업 부문 신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산업 관련 예산은 약 767억원이다. 주요 분야는 게임상용화 제작지원 사업 232억원, 게임더하기 59억원 등이다. 제작지원 사업은 27일까지 접수하며, 총 77개 과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게임더하기 사업은 상반기 30개, 하반기 6개 지원게임을 선정한다.

중소게임사들은 정부의 제작지원 사업의 예산이 확대되는 것은 환영하면서도 지원 취지에 맞게 소규모 제작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에서 개발사를 두고 있는 한 게임사 관계자는 “회사 규모도 크고 돈 버는 회사만 지원을 받게 된 사례를 실제로 목격했다”며 “작은 회사는 기회가 아예 없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황성익 모바일게임협회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자금력이 있는 회사들이 굳이 정부사업까지 받는 게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혜택이 어렵지만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 위주의 정책보다 원래 취지대로 중소 게임사들이나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 인디게임 업체들이 선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체부와 콘진원은 스타트업 등 소규모 업체 선정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권오태 콘진원 차장은 “올해 게임더하기 사업에는 스타트업 부문을 새롭게 만들었다”며 “청년 창업이나 스타트업 등 신규 진입하는 지원자에게도 길을 좀 열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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