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KB·삼성證, 공모금액 200억 초과 대형스팩 상장 열풍
2021년 NH19호·20호 이어 지난해 10월 하나·삼성證도 대형스팩 상장
공모시장 불안에 수요예측 두려워하는 IPO기업 수요 대응 목적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대형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1년 NH투자증권이 초대형스팩 NH스팩19호와 20호를 상장할 당시만 하더라도 다른 증권사들은 대형스팩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IPO시장이 어려워지자 대형스팩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2월부터 스팩소멸방식 상장제도가 도입된 것도 증권사들이 대형스팩 상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증권사들은 대형스팩 공모가를 대부분 1만원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합병시 현금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 미래에셋·KB도 대형스팩 상장···NH·하나·삼성證과 5파전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초대형스팩인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이날부터 28일까지 이틀 동안 수요예측에 들어간다. 수요예측 이후 다음달 6~7일 공모청약을 거쳐 15일 상장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의 공모가는 1만원이고 공모금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지난해 10월 850억원 공모 규모로 상장을 추진했다가 한차례 철회했는데 이번에 다시 재도전에 나서면서 공모금액을 다소 줄였다.
미래에셋증권이 초대형스팩 상장에 나선 것은 대우증권시절인 지난 2010년 3월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대우증권스팩) 이후 13년 만이다.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은 당시 공모금액이 875억원에 달했던 스팩으로 국내 최대 스팩이었다. 하지만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고 결국 청산됐다. 미래에셋증권으로서는 13년 만에 다시 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KB증권 역시 공모금액 400억원 규모의 KB스팩24호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13~14일 공모청약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장예정일은 3월 중순이다.
삼성증권도 다음달 2일 회사 설립 이래 최대규모 스팩인 삼성스팩8호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스팩8호은 지난 14~15일 수요예측과 20~21일 공모청약을 완료했다. 공모청약 당시 나노팀, 바이오인프라 등과 함께 청약 일정을 동시에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약증거금으로만 1조7079억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10월 공모금액 300억원 규모의 삼성스팩7호를 상장한 바 있다. 반년도 안돼 대형스팩 2개를 나란히 갖춘 셈이다.
대형스팩이 줄줄이 상장하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공모규모 300억원이상 대형스팩을 갖춘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 5개사가 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5월과 10월에 각각 NH스팩19호(공모금액 960억원)와 NH스팩20호(400억원)을 상장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0월 공모금액 400억원의 하나금융스팩25호를 상장했다.
◇ 대형스팩 합병상장 성공할까
국내 스팩제도가 도입된 2010년 초기 당시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875억원)과 동양밸류오션스팩(450억원), 우리스팩1호(350억원), 히든챔피언스팩1호(300억원) 등의 대형스팩이 상장됐지만 모두 합병대상을 찾지 못한 채 청산됐다. 이후 국내 스팩시장은 10년 넘게 공모금액 200억원 이하의 소형 스팩만 상장해왔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 5월 공모금액이 960억원인 NH스팩19호를 코스피시장에 상장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국내 상장된 스팩 가운데 사상 최대 공모규모였고 2010년 이후 11년 만에 코스피에 상장하는 스팩이었다.
다른 증권사들은 섣불리 대형스팩을 상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IPO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다른 증권사들 역시 스팩에 눈을 돌리게 됐고 대형스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하나금융25호스팩과 삼성스팩7호를 상장시키면서 대형스팩을 갖춘 증권사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형스팩은 수요예측을 두려워하는 중대형 IPO기업이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스팩은 수요예측 절차 없이 정해진 공모금액을 확보하면서 상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IPO시장에서는 ‘따상’이 이어지면서 흥행 열기가 뜨겁지만 모두 중소형 기업들에 국한된 이야기다. 컬리, 케이뱅크 등은 상장을 철회했고 기업가치 1조원을 목표로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에 도전했던 오아시스도 지난 2월 7~8일 수요예측에서 참패하자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해 2월부터 스팩소멸방식 합병이 가능해지면서 초대형스팩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기존까지는 합병과정에서 스팩이 존속법인이 되고 기업이 소멸법인이 되는 스팩존속방식 합병만 존재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기업이 스팩합병을 선택하면 신규법인에 인허가 및 라이선스, 기존 거래처와 계약 등을 새로 이전해야 했다. 이는 어느 정도 성장해 자리를 잡기 시작한 대형 IPO기업들로서는 스팩합병 상장을 꺼리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스팩소멸방식 상장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장애물이 사라졌다.
최근 상장하는 대형스팩이 대부분 공모가를 2000원이 아닌 1만원으로 정한 것도 대부분 스팩소멸방식 상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스팩소멸방식 합병에서는 기업이 스팩주주에게 비상장회사 주식을 나눠준 뒤 상장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1주 미만인 주식을 보유한 스팩주주에게는 상법에 따라 신주 상장 당일 종가 기준으로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상장시 스팩주주들에게 현금을 대거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기에 스팩주식 액면가와 기업주식의 가치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야 단주를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