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발표 앞두고도 시장 냉랭
건설경기 한파·주택시장 규제완화 분위기 혼재 속 건설사 행보 주목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주택시장이 냉각되면서 LH가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 매각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음.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다음 달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 발표로 대체했지만 올해는 오프라인 발표로 LH가 공급할 토지를 모두 공개한단 방침이다. 다만 LH의 적극적인 매각 계획 홍보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시장 반응이 시큰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가 침체된 청약시장 분위기를 이유로 국내 주택시장에서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매수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도 3월 중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을 낼 예정이다. 올해는 하남교산, 인천계양 등 공공주택지구에서 공동주택용지 60필지를 공급하거나 민간 사업자를 공모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 약 338만㎡에 달하는 공동주택용지 110필지를 공급할 계획이었던 점에 비하면 공급물량은 45%나 급감한 수준으로 보이나 지난해가 유난히 공급물량이 쏟아졌던 것일 뿐 2년 전인 2021년 59필지 공급계획에 견주어보면 평년값에 준한다.

올해 푸는 필지가 분양에 흥행할지는 미지수다. 일부 대형건설사는 해외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국내 주택시장에서 눈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청약시장의 침체도 장기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이 6만8107가구로 정부가 위험한 수준으로 보는 6만2000가구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올해 2월까지 발생한 미계약분을 고려하면 전체 미분양이 현재 7만∼8만호에 달하며 올해 안에 10만호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주택 분양시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LH의 필지 매각 실패 사례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LH가 분양한 공동주택용지 8개 필지 중 인천 검단, 경북 칠곡 북삼지구 아파트 용지 2곳을 제외한 6개 부지가 유찰됐을 정도다. 김포한강신도시, 구리갈매 역세권지구, 남양주 진접2지구 등 수도권 내 인기 있는 지역 상당수가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결국 LH는 남양주 진접2지구 등 일부 필지에 대해 부지매입 후 일정기간 이내에 사전청약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삭제하는 정정공고를 내며 조건을 완화했지만 매각 실패는 마찬가지였다. 주택시장이 호황일 땐 건설사들이 달려들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던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인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고, 중견사는 아파트도 안 팔리는데 땅은 뭣하러 사겠는가”라며 “감정평가로 인해 공동주택용지 분양가도 예년대비 높아졌다.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분양시장 상황을 LH가 매각 조건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택지 분양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는 주택공급 목표 달성에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앞서 수도권 공공택지와 3기 신도시를 조성해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이로써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의 재료인 땅을 안 사면 정책 목표는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이유로 잔금을 비롯한 대금납부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이나 전매제한 완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대로 미분양 우려로 예고됐던 신규 분양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업장도 상당수”라며 “내부에선 택지 매입 검토도 당분간 미루자는 분위기가 확연한 만큼 토지 매각을 위해선 정부가 건설업체의 요구를 반영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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