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횡령·배임·부당지원·사익편취 후보 의결권 통해 반대”
김기열·남규택·박윤영·최두환 부각···내부선 김철수·윤경림 유력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KT 내외부에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전 새누리당 의원), 김성태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관료·정치권 인사가 차기 CEO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 대표 퇴임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교적 외풍에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관료 출신 정치권 인사가 주목받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에선 본업인 통신사업을 강화할 ‘KT 출신’이 CEO로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등 범죄 혐의를 문제 삼은 만큼, ‘범죄 이력’이 차기 CEO 후보를 가를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차기 KT CEO로 ‘KT 출신’ 인사가 관료 출신 등을 제치고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KT 근무 경험이 없는 관료·정치권 출신은 통신업계 현안 대응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낙하산 논란을 우려하며 전 KT 출신을 우선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차기 CEO는 구 대표 체제에서 ‘디지코’로 불리던 비통신사업보단 본업인 통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다. 구 대표는 인공지능(AI), 콘텐츠 등 비통신 분야에서 KT의 사업 역량을 입증했지만, 정작 임기 내내 연이은 ‘통신장애’로 품질, 안정성 등에서 ‘본업 소홀’ 논란을 빚었다. 이동통신사업 현황을 봐도 구 대표 취임 후 통신3사 중 KT만 점유율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차기 CEO는 구 대표 임기 3년간 퇴보한 ‘통신사업’ 경쟁력을 최우선 강화해야 할 과제를 안았단 지적이다.
◇ 본업 ‘통신’ 강화할 사외후보로 ‘김기열·남규택·박윤영·최두환’
사외후보 중 이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로 김기열 전 KTF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이 꼽힌다. 김 전 부사장은 KT 인재개발원장·통신망시설단장·감사실장·경영연구소장 및 KTF 기획조정실장·경영지원부문장 등을 거친 통신업계 전문가다.
KT CEO로서 김 전 부사장의 최대 강점은 윤석열 정부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단 점이다. 김 전 부사장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선거대책본부 산하 동서화합미래위원회 ICT희망운동본부를 이끄는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선거 활동을 도왔다. 그는 기독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의 조카로 김 목사는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극동방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보수진영 대통령들과 밀접한 인연이 있다. 김건희 여사와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남규택 전 KT CS 대표이사 사장도 유력 주자로 거론된다. 남 전 사장은 한국전기통신공사 경영연구소에 입사해 KTF에서 수도권마케팅본부장을 지낸 뒤, KT에서 시너지경영실장, 세일즈운영총괄, 마케팅부문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KT 콘텐츠 자회사인 KT미디어허브 대표를 겸직하기도 했다. 남 전 사장은 통신업계에서 대표적인 ‘마케팅 통’으로 꼽히는 인물로, 조직운영 및 경영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단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2019년 KT CEO 자리를 두고 구 대표와 경쟁했던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과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전 KT 종합기술원장 사장)도 유력 주자다. 이들이 당시 37명의 후보 중 9명으로 추려진 ‘숏리스트’에 속했던 만큼, 전문성은 인정받았단 평가다. 특히 박 전 사장은 당시 KT의 미래 방향 제시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덕분에 KT 이사회 투표에서 구 대표와 1표 차 경합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 사내후보 중 ‘김철수·윤경림’ 유력
사내인사 중엔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이 유력 후보다. 김 사장은 통신·방송업계 CEO 중 유일하게 통신3사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통신업계 ‘영업통’이다. SK가 이동통신사업을 위해 설립한 대한텔레콤을 거쳐, LG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 영업을 총괄하다 KT에 합류해 커스터머부문장(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KTH(현 KT알파), KT스카이라이프 등 그룹사 대표를 역임하며 높은 성과를 냈다. 특히 지난해 모바일과 인터넷 가입자 증가 등에 힘입어 KT스카이라이프 창사 이래 첫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도 유력 주자다. KT로만 세 번째 입사한 윤 사장은 2021년 KT 사장으로 복귀해 CEO 직속 부서인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이끌며, 주요 그룹사의 기업공개(IPO) 추진과 투자 유치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KT 사내이사이자 대표적인 구 대표 인맥으로 꼽히는 만큼, 구 대표 경영 과정에서 불거진 ‘업무상 배임’ 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평가다. KT새노조 등에서 ‘구현모 시즌2’로 평가하는 이유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구 대표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박 사장은 지난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박 대표를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로 지목하며 반대해 무산됐다.
최근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전 새누리당 의원)이 차기 CEO로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다만 윤 전 장관의 범죄 인력이 걸림돌로 전망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충북지사 선거에 출마했하면서 유리하게 나온 미등록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법원에서 벌금 70만원 형을 받았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임원 재선임과 관련 의결권을 행사할 때, 당연히 재무실적 등을 고려하지만 기업가치 훼손 이력, 특히 횡령·배임·부당지원·사익편취 등 자본시장법상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는 후보에 대해선 의결권을 통해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T 이사회는 지난 20일부터 인선자문단이 후보 33명 중 선별한 최종심사대상자 7~8명(숏리스트)을 오는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 산하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의 면접 심사를 거쳐 결정된 1인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다음달 7일 발표된다. CEO 후보로 결정된 1인은 3월말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KT CEO에 공식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