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재고자산, 전년比 21% 증가
전쟁 여파에 원자재 가격도 껑충···실적 ‘비상’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재고가 증가하고 공급망 위기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자부품 기업들의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기 쉽지 않아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가 부담까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단 관측이다.
26일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52조1878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41조3844억원) 대비 20.7% 증가했다. 재고자산 중 완성품에 해당하는 제품 및 상품 재고가 12조2805억원에서 16조322억원으로 23.4% 급증했고, 반제품 및 재공품도 20조7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4736억원)보다 32.8%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여파로 스마트폰과 TV 판매량이 떨어지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감해 창고에 쌓인 재고가 불어났단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 중 D램의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대치 수준으로 공급 과잉 상황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말 재고도 급증했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약 95%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오는데, 지난해 4분기 재고자산은 15조633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9550억원) 대비 74.6% 늘었다. 역대 최대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SDI와 LG이노텍 등도 마찬가지다. 삼성SDI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3조204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873억원)보다 22.4% 늘었고, LG이노텍은 1조3902억원에서 1조9787억원으로 41.2% 급증했다. 다만 삼성SDI의 경우 반제품과 원부재료 재고가 크게 늘었는데,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원자재 비축량을 늘렸단 분석이다.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원재료 등의 사용액 및 상품 매입액으로 112조5919억원을 집행했다. 전년(95조6254억원)보다 15% 증가한 수치로 100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삼성SDI의 원재료 사용액은 17조443억원으로 집계돼 전년(11조5548억원)보다 47.5% 급증했고, LG이노텍도 10조6515억원에서 14조7777억원으로 38.7% 증가했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겹악재에 시달리면서 실적 부진도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6조8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2% 급감이 점쳐진다. LG이노텍은 1분기 영업이익으로 225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7%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삼성SDI는 배터리 산업 성장세에 힘입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보코호텔에서 열린 ‘반도체 발전전략포럼’ 행사에서 “모든 영역에 걸쳐서 재고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당분간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과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1월에만 무역 수지가 12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12개월 연속 적자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있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