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약가인하 수용으로 타 계열 당뇨약 병용 급여확대 추진···제약사, 약가인하 여파 분석
포시가와 직듀오 복제약, 각각 4월과 5월 이후 출시 전망···제약사, 향후 전략 수립 분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연간 1700억원대로 추산되는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SGLT-2 억제제와 다른 계열 당뇨약을 병용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4월 이후 오리지널 ‘포시가’ 제네릭(복제약) 출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는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된 의약품이다. SGLT-2 억제제 기전은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혈당 감소는 물론 체중 감소와 신장 기능 보호, 혈압 강하 등 효과를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뇨병 치료제로 출발한 SGLT-2 억제제가 심장약이나 신장약으로 쓰일 수 있는 것에는 이같은 근거가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이처럼 활용 범위가 넓은 SGLT-2 억제제는 국내 시장규모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SGLT-2 억제제 원외처방금액은 1700억원대로 집계됐다. 2021년 1500억원대에 비해 15% 안팎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GLT-2 억제제는 처방액이 지난 2018년 700억원에 이어 2020년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두드러진 약제군”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들어 SGLT-2 억제제는 보건복지부의 다른 계열 당뇨병 치료제 병용 시 건강보험 적용 확대 추진과 포시가 제네릭 출시 확정 등 2가지 호재가 발생한 상황이다. 우선 복지부는 SGLT-2 당뇨병 치료제의 병용 급여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가 구상하는 방안은 메트포르민+SGLT-2 억제제+DPP-4 억제제와 메트포르민+SGLT-2 억제제+TZD의 급여기준 확대, SGLT-2 억제제 중 일부 성분과 설포닐우레아 또는 인슐린 병용에 대한 급여 확대로 알려졌다.

쉽게 설명하면 SGLT-2 당뇨병 치료제와 다른 계열 당뇨약을 병용하면 현재는 건강보험을 적용 받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SGLT-2 억제제 오리지널을 보유한 제약사들로부터 지난해 11월 해당 품목 자진약가인하율을 제출 받아 재정영향을 분석한 데 이어 이달 초 두 번째 자진인하율을 받아 검토했다”며 “해당 업체들은 지난 22일까지 정식으로 해당 품목의 약가 조정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복지부가 이처럼 제약사들로부터 약가인하율을 두 차례 제출 받아 검토한 것은 SGLT-2 당뇨병 치료제의 병용 급여확대 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수백억원대 규모로 추산한다. 결국 복지부가 현재 당뇨약 급여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제약사들의 자진약가인하에 따른 절감분으로 급여확대에 따른 건보재정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들어 다시 약가인하율 제출을 요청한 것은 SGLT-2 당뇨병 치료제 급여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한 것이고 이에 제약사들도 인하율을 확대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며 “향후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에 이어 4월부터 급여확대가 시행될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 급여 확대가 급물살을 탐에 따라 제약사들은 분주한 모습이다. SGLT-2 억제제 중 매출규모가 큰 오리지널 약제의 약가인하를 예상하고 차후 출시를 준비하는 제네릭의 적절한 가격대를 고심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는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로 파악된다. ‘다파글리플로진’ 성분의 포시가는 지난해 처방액이 5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SGLT-2 계열 당뇨약 중 처방액이 가장 많다.

현재 포시가 10mg 약가는 760원이다. 여기에 통상 제네릭 품목에 적용하는 비율인 53.55%를 곱하면 예상 가능한 제네릭 약가는 407원이다. 하지만 아스트라가 최근 제출한 약가인하율을 토대로 인하가 우선 진행된 후 변경된 가격을 기준으로 향후 제네릭 약가가 산정된다는 업계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포시가 가격이 내려가면 당연히 제네릭 약가도 떨어진게 된다”며 “저가경쟁이 제네릭 영업에 유리한 지 또는 어떤 가격대를 결정해야 할지 셈법이 복잡하며 다른 제약사 사례도 파악하는 등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다른 오리지널 품목에 비해 포시가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는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SGLT-2 억제제 급여 확대에 민감한 모습이다. 오는 4월 초순 이후 제네릭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순 대법원 판결로 인해 4월 8일부터 포시가 제네릭 출시가 가능하다”라며 “현재 포시가 제네릭 품목을 준비하는 제약사 규모 파악이 쉽지 않을 정도여서 일각에서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체들이 출시 준비는 했지만 이달 초 판결에서 4월 판매 가능이 확정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단일제가 포시가라면 복합제는 아스트라제네카 ‘직듀오’다. 직듀오의 경우 4월보다 한 달 늦은 5월부터 제네릭 출시가 가능하다. 직듀오의 지난해 처방액은 430억원에 육박한 규모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GLT-2 억제제 특징 중 하나는 복합제 시장 규모가 단일제에 근접할 정도로 크다는 점”이라며 “여러 제약사가 복합제 개발을 진행해온 것도 이같은 특징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복지부가 진행하는 SGLT-2 억제제 급여 확대와 포시가, 직듀오 제네릭 판매가 오는 4월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한 제약사들은 약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확대와 제네릭 판매가 이달 들어 확정됐거나 가닥을 잡아 제약사들이 더욱 분주해진 상황”이라며 “올해 SGLT-2 억제제 시장 규모가 얼마나 확대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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