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소상공인, 통신사 ‘불공정약관’ 개정 요구
통신3사, 다음달 약관 개정···실효성 우려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 및 제도개선 방안’ 개최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 및 제도개선 방안’ 개최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국회와 소상공인들이 현실성 없는 손해배상 기준과 과도한 ‘위약금’ 부과 기준 등 불합리한 통신사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3사는 다음달 ‘2시간 미만이라도 통신사의 고의·중과실인 경우’ 장애 지속 시간과 관계없이 손해배상하도록 약관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등 귀책사유가 불명확한 경우엔 적용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고민정, 이인영, 이정문, 장경태, 정필모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 및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엇다.

통신업계에는 지난 2021년 KT 전국 통신망 장애에 이어, 지난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와 올해 초 LG유플러스에 대한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접속장애 등 통신 서비스 장애까지 장애가 매년 발생했다. 특히 최근 반복적으로 발생한 디도스 공격으로 PC방 등 통신 서비스에 의존하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에 따르면 PC방의 경우 이번 사고로 소비자의 80%가 이탈하고, 매출이 50%가량 감소하는 등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고 의원은 “통신은 많은 사람들의 생계수단이다. PC방, 온라인 상거래, 음식배달업주들에게 통신은 생계를 이어나갈 귀중한 끈이다. 이들은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할 때마다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그때마다 통신사는 재발방지와 합당한 보상을 다짐했지만 대규모 장애는 반복됐고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큰 손해를 보고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 소상공인 “통신사, 장애 내고도 해지 시 위약금 부과”

소상공인들은 반복되는 통신 장애에도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없는 위약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통신사 약관에 따르면 통신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은 지속 시간 ‘2시간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또 PC방과 같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회선은 약정 기한 내 해지를 요청할 경우 ‘할인반환금’ 명목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인터넷 단절이 반복해 발생할 경우, 매장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기피고객층이 형성되며, 추산할 수 없는 장기적인 손실을 야기하게 된다. 통신 장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매장의 경우, 폐업해 5억~10억원의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기도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3년 약정으로 발 묶인 업주들은 보상은 커녕 계약의 해지조차 선택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황폐해진 하루살이 소상공인들은 불공정 약관에 의해 발생되는 수백만원이란 위약금을 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영종도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A씨는 “3년 약정 LG유플러스 회선에 가입한 지 33개월이 됐다. 이번 사고로 해지하려고 위약금을 물어보니 980만원을 내라고 한다”며 “이 돈을 내고 어떻게 해지할 수가 있겠냐. 결국 3년 약정 중 3개월을 남기고 ‘울며 겨자먹기’로 회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PC방은 단 1분만 통신 서비스가 끊어져도 타격이 크다.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 조차도 잠깐 끊기면 답답한데, 한 달에 80만원가량을 내는 우리는 장사를 못할 정도”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980만원이 아니라 9만8000원이라도 위약금을 내고 해지할 수 있도록 약관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통신3사 임원들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 및 제도개선 방안’ 개최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구성철 LG유플러스 상무, 배석영 KT 상무,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상무 / 사진 = 김용수 기자
통신3사 임원들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 및 제도개선 방안’ 개최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구성철 LG유플러스 상무, 배영석 KT 상무,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상무 / 사진 = 김용수 기자

◇ 통신3사, 다음달 약관개정해 손배 기준 완화

야당도 위약금 관련 조항은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했는데 위약금 때문에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 경우 어떻게 중재할 것이냐. 위약금 없이 해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갑질’을 지적하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바로 약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실제 약관 개정은 물론이고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려면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국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마침 우리 당에서도 약관 개정 필요성이 있고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정부·여당과 야당의 뜻이 하나로 모아졌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통신3사는 통신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기존 약관상 기준과 관계없이 손해배상할 수 있도록 다음달 1일 약관을 개정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담당은 “지난달 통신사들이 (약관을) 자진시정하기로 공정위와 협의 했다”며 “통신사의 고의, 중대 과실로 장애 발생 시 시간과 관계없이 약관을 개정할 것이고 다음달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배영석 KT 상무는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사고의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인데 그것을 사전에 얼마나 잘 차단하느냐, 또는 차단할 기술을 충분히 확보했느냐에 있어선 통신사가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며 “그러나 근본적인 발생 원인은 외부 트래픽이라 (귀책사유에 대해선)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약관 개정에도 귀책사유 입증 책임이 쉽지 않은 경우 실효성있는 손해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PC방 업주는 “약관을 개정해도 귀책사유를 인정 안 하면 무의미할 것”이라며 “통신사가 본인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지 않나. 스스로가 귀책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답변을 들을 때마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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