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변협·서울변회에 과징금 20억원 부과
변협 "법원에 공정위 결정 취소소송 제기할 것"
엘박스 '판결 예측 서비스'도 제재 검토···업계 우려 심화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대한변호사협회의 '로톡' 회원 변호사 징계가 위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에 변협이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변호사 단체와 로톡 간 갈등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변협이 판결 예측 플랫폼 '엘박스'에 대한 제재 검토 계획도 내놓으면서 리걸테크 플랫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3일 공정위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 금지 및 탈퇴 요구 행위를 중지하라는 시정명령과 각각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변호사들의 광고활동과 변호사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했고, 법률 서비스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변협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공정위의 결정은 변협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월권'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법원에 공정위 결정취소 소송 제기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한다고 맞섰다. 오는 27일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김영훈 새 변협회장 집행부가 관련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엘박스 개요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앞서 법무부 유권해석, 헌재 일부 위헌 결정에 이은 이번 공정위 판단에도 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변협은 로톡 외에도 유사한 법률 플랫폼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다른 법률 플랫폼 엘박스도 변협의 제재 검토 대상에 올랐다. 2019년 5월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이진 대표가 창업한 엘박스는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 대형 로펌은 물론 전국 1만2000명의 변호사가 사용 중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법률 직군 종사자들이 엘박스의 핵심 이용자다. 법률 소비자와 변호사를 연결하는 로톡과는 다른 사업모델로 변호사 단체의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변협이 최근 예의주시하고 있는 서비스는 엘박스의 AI 판결 결과 예측 서비스다. 엘박스가 보유한 197만건의 법원 판결문에 AI 기술을 접목해 판사별 판결 성향 분석부터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서비스로 이용자의 소송 전략 설계를 돕는다. 

엘박스 관계자는 "일단 현재로선 판결문 내 유사 판례 분석 서비스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지금은 판결 예측 시스템으로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로톡도 자체 개발한 형량 예측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변협의 압박으로 출시 10개월 만인 2021년 9월 사업을 중단했다. 변협은 양형 통계를 정형화시켜 형량을 예측하는 건 소비자를 오인시킬 위험이 있다며 변호사법 위반을 이유로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  

이종협 변협 회장은 "아직 엘박스의 판결 예측 서비스가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로톡의 형량예측서비스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된다"며 "새 집행부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일본 변호사협회에서도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판단해 형량 예측은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박스는 최근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리걸테크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이용자 수도 이날 기준 5만2000명에 달한다.

변협과 로톡 간 갈등 심화에 국내 리걸테크 플랫폼 전반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업계에선 로톡에 이어 엘박스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걸테크 1위 플랫폼의 성장이 발목잡히면서 업계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아직 초기에 머물러 있는 리걸테크 산업은 성장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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