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고객DB 구매 급증···거래시장 형성
DB업체, 내부직원 통해 설계사 개인정보 확보
설계사 대상 마케팅에 활용···추가피해 우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메트라이프생명에서 보험설계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설계사들의 고객개인정보(DB) 구매가 크게 늘면서 이를 취급하는 업체가 설계사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경로로 확보해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다. 업계에선 메트라이프 이외에도 다른 곳에서 추가 피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사태를 주시하겠단 입장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메트라이프생명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일부 보험설계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메트라이프생명 GA채널 담당 관리자형 설계사가 DB판매회사에 보험설계사 개인정보를 넘긴 것이다.
지난달 25일 한 지점 전체 설계사들이 DB판매업체로부터 고객DB를 유상으로 구입해 영업에 활용하라는 MMS(문자메세지)를 받으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똑같은 내용의 불법 스팸 메시지를 받자 설계사들은 본사에 항의했다. 메트라이프에 따르면 유출된 내용은 설계사의 이름, 소속, 휴대폰번호, 생년월일 등이다.
고객DB 매매는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보험설계사들이 고객DB를 사서 영업을 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처럼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설계사들이 돈 주고 고객정보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021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온라인 영업이 어려워진 탓에 고객DB를 찾는 설계사들은 크게 늘었다.
이에 전문 브로커나 업체에서 DB를 구매해 설계사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행위도 증가했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설계사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확보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한 것이다. 그간 설계사들의 DB 매매로 인해 고객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된 바 있다. 일부 설계사들은 동의 없이 고객 정보를 업체에 판매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설계사들의 정보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셈이다.
보험업계에선 메트라이프와 비슷한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토스가 개인정보를 건당 7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 판매한 것을 고려하면 DB거래 시장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라며 “사업이 되는 만큼 DB판매업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고, 그만큼 설계사들 개인정보를 빼돌리려 하는 곳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라이프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개인정보는 전산망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트라이프는 현재까지 추가 피해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회사는 유출사실을 인지하고 유출된 개인정보를 즉시 파기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또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매니저 교육 강화 및 시스템 개선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단 입장이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는 GA본부 매니저에 대해서는 영업정책위반심의 위원회에서 징계안을 심의중이다"라며 "더불어 전담 대응팀을 구성해 정보주체에 대한 개별 안내, 전담 헬프데스크 설치, 피해발생시 구제절차 마련 등 법령에 따른 모든 후속조치를 신속히 단행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계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용거래 정보가 아닌 개인정보의 유출이라 당국이 손을 쓰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개인정보 외엔 다른 것이 유출되진 않았다”라며 “혹시나 신용정보까지 유출된 경우가 있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