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은행 부수업무로 알뜰폰 사업 지정 요청
논란됐던 노사 갈등 일단락되고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
오는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재인가 가능성 유력
"알뜰폰 사업자·금융권 노조· 국회·소비자 의견 등 종합적으로 들어보고 최종 결정 내릴 듯"

KB국민은행 리브엠 가입자 수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권 알뜰폰 1호 사업자로서 시장을 선도했던 KB국민은행 리브엠의 가입자 수가 4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재심사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브엠 서비스를 놓고 빚었던 노사 갈등이 일단락되고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오는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재인가 가능성을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특례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최근 금융위원회에 알뜰폰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KB국민은행 리브엠은 지난 2019년 10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은행권 최초 알뜰폰 브랜드로 론칭했다. 당시 KB국민은행은 금융·통신 융합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 금융거래 제약 해소, 혁신적 서비스 개발로 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을 제공한다는 청사진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 2021년 4월 금융위원회는 KB국민은행의 리브엠 혁신서비스 지정 기간을 2년 더 연장했다. 리브엠은 유심(USIM) 칩만 꽂으면 공인인증서·모바일 플랫폼 설치 등 복잡한 절차없이 은행서비스와 통신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행법상 은행은 금융업과 관련된 전산업만을 부수 업무로 영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존재한다. 규제 샌드박스란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 관련 법령 등에 규제 특례를 부여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혁신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존재하는 서비스들에 대해 시장에서 문제가 없는지 시범기간을 놓고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특례 기간이 만료되는 4월 이후다. KB국민은행이 리브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은행업 부수업무 지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수업무 지정 여부는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알뜰폰 시장을 관할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리브엠의 성과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해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금융위원회가 규제개선을 의결하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는 기간까지 리브엠은 최대 1년 6개월 동안 사업을 연장할 수 있다. 이후 법 제도 개선이 마무리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금융위가 규제개선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사업은 종료된다. 이 때문에 늦어도 오는 4월 내에는 규제개선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은행법상 알뜰폰을 부수 업무로 지정하느냐 여부 때문이다. 알뜰폰이 부수업무로 지정되면 리브엠이 알뜰폰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본격적으로 통신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리브엠 가입자 수는 약 40만명으로 알뜰폰 업계에서도 3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 재심사 승인 당시 제시했던 부가 조건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오는 4월 리브엠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인가 획득 가능성을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은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재심사를 허가하는 부가조건으로 ▲지역그룹 대표 역량평가 반영 금지 ▲음성적인 실적표(순위) 게시 행위 금지 ▲직원별 가입 여부 공개 행위 금지 ▲지점장의 구두 압박에 따른 강매 행위 금지 등을 제시하며 노사 타협점을 이끌어낸 바 있다. 현재까지 은행 측이 이를 준수하면서 노조에서도 부가조건 위반에 대한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알뜰폰 시장 내에서는 중소 사업자가 거대 금융 자본과 경쟁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등은 금융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비해 정부가 나서 강력한 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 금융권 노조를 비롯해 국회와 소비자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들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 같다"며 "특히 은행의 경우 사회적 기여 역할도 요구되는 만큼 이 부분들도 함께 중점적으로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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