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폐해 크다”며 고통 분담·경쟁 시스템 강화 주문
실적 하락 우려와 불확실성 증가에 관련 종목 주가 하락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vs “장기적 관점선 매수 기회” 갈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금융·통신주가 윤석열 정부의 독과점 우려 목소리 영향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주가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들 업종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드러난 만큼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호실적과 주주환원 확대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매수를 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과점 폐해 크다”···윤 대통령 압박에 금융·통신주 털썩

20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주로 구성된 KRX은행 지수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 만에 2.87% 하락했다. 이는 전 업종 중에서 가장 큰 하락폭이다. 대표주로 꼽이는 KB금융의 경우 이 기간에만 4.6%내렸다. 주가 변동폭이 크지 않은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하락세다.  

경기방어주로 변동성이 낮은 통신주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통신사이자 시장 점유율 1위인 SK텔레콤은 최근 3거래일 동안 6.9% 내렸다. 다른 통신주 역시 약세를 보였는데 KT는 이 기간 주가가 3.2% 떨어졌고 LG유플러스는 2.2% 하락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 통신업 지수는 4.48% 하락하며 가장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이 같은 내림세는 이들 업종에 대한 정부의 발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선 15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며 “많이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탓에 금융과 통신 업종에 실적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당초 이들 업종은 올해 호실적이 예상됐었다. 금융업종은 고금리 상황에서의 예대마진 확대, 통신업종은 마케팅 비용 유지 속 프리미엄 단말기 고가 요금제 가입자 증가 등으로 올해 실적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부의 부담 경감 목소리에 은행은 대출 금리 조정, 통신은 요금제 규제 이슈가 불거졌다. 이는 모두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들이다.

여기에 정부가 이들 업종의 과점 시스템을 손보려고 한다는 점도 투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업종과 관련해 통신사가 국민 필수재임에도 국민의 선택권은 제한적이라 판단,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시장 경쟁 촉진 강화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 산업에 대해서도 “과점 폐해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5대 은행 과점 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을 검토키로 한 상황이다.

◇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vs “장기적 관점선 매수 기회”

이 같은 변수가 발생하면서 금융과 통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뉘고 있다. 우선 정부의 기조가 확인된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민생 챙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점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적극 내비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도 해당 업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통신업종에 대해 “현 정부의 스탠스를 고려할 때 요금 규제 관련 리스크는 해결점을 찾기 전까지 상당 기간 통신업종 주가에 영향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2분기에는 제 4 이동통신 선정 작업까지 진행될 계획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투자 심리가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가 ‘주인없는 기업’(소유분산기업)을 손보려고 한다는 점도 이들 업종에 중장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들 업종에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고 금융위는 금융지주를 포함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최근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우리금융지주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불거진 은행의 공공성 관련 언급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검토하는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물가안정 고통 분담 이슈와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두가지 리스크에 노출되며 최근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통신업종 역시 마찬가지로 성장성과 주주환원 강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는 CEO(최고경영자) 교체 이슈가 발생했던 소유분산기업 KT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KB증권은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KT의 투자포인트로 초거대AI(인공지능) 사업에 대한 기대감, 무선통신사업의 실적 개선세, 주주환원 강화를 제시했다. SK증권 역시 CEO 불확실성에도 KT에 대해 수익성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KRX은행 지수와 코스피 통신업 지수는 각각 0.91%, 0.76% 상승하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0.16% 상승한 것 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