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마일리지 제도 도입하려던 대한항공, 주무부처 장관 일침에 제동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을 두고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정부 때 합병부터 마일리지 제도 개편까지 주요 국면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부의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재연되는 상황이다.
최근 대한항공은 4월부터 공제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꾼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바 있다. 그 중 이슈는 장거리 노선 마일리지 공제율이 올라가고 적립율이 낮아지게 된 부분이다. 쉽게 말해 미국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할 때 마일리지가 더 많이 차감되고 덜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면서 해당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원 장관은 지난 1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을 “빛 좋은 개살구”라고 지적한데 이어, 19일에도 “고객들에게 코로나 기간 살아남게 해줘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재차 지적했다.
모처럼 마일리지 제도 개편에 나서려던 대한항공은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일반석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마일 보유 고객은 4%에 불과하다. 또 이번 개편안 내용 중엔 중단거리 고객들에겐 유리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대한항공으로선 주무부처 장관과 부딪히는 상황은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정부당국 사이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단계에서 지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 때 항공산업 생존을 위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 달라고 작심 발언을 했을 정도다.
그렇게 지체되다 나온 심사 승인 또한 운수권 배분, 슬롯 반납 등 기대보다 우려를 낳게 하는 조건들이 달려 있었다. 그러면서 고용도 유지토록 했다. 대한항공이 인수에 나서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조건부 합병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위가 처음부터 합병조건들을 붙이면서 다른 경쟁당국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과 같은 계열사인 진에어도 다시 이전 정권 시절 20개월 동안 국토부 제재를 겪었다. 오너일가의 부적절한 언행 때문임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진에어 제재가 길게 이어진 부분은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산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와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순 있지만 정부와 업계가 지금보다 더욱 건설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윤철 교수는 “항공산업이 규제산업인 것은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지만, 민간기업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정부역할이나 관여가 필요한 것이지, 국영기업이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항공사가 자율적,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한공은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 시행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