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년 영업 확장에 '올인'···대출자산 크게 늘어
올해 은행권 '부실징후'···건전성 관리 중요
케이뱅크, 자본여력도 급감···'쿨링타임' 가질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가 올해 초 계획했던 기업공개(IPO)를 미루기로 하면서 경영 전략 수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케이뱅크는 그간 상장을 위해 강한 영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빠른 시일 내에 IPO에 재도전을 한다면 계속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은행권 전체가 부실 징후가 나타나는 만큼 건전성 관리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쿨링 타임’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IPO 일정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다음 달까지인 상장 예비심사 승인 유효기간에 상장을 추진하지는 않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내린 결정이다. 케이뱅크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신속한 상장이 가능하도록 IPO를 계속 준비할 예정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케이뱅크가 이른 시기에 IPO에 다시 돌입한다면 올해도 자산 성장에 '올인'할 가능성이 있다. 케이뱅크는 작년에 IPO 성공을 위해 전력을 쏟았다. 예금 금리를 대폭 올려 자금을 확보했고, 대출 금리는 크게 내려 대출자산 확대를 꾀했다. 그 결과 케이뱅크의 영업 실적을 크게 늘었다. 작년 9월 말 예·적금 잔액(원화예수금)은 13조490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9% 급증했다. 대출잔액은 같은 기간 38% 크게 늘어난 9조7782억원을 기록했다.
더구나 올해는 시중금리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자산을 늘리기가 작년보다 더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금리의 기준 지표인 국고채 3년물은 이날 연 3.639%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한 때 4.495%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많이 안정된 수준이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올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목표 대출성장률을 10% 중반 수준으로 잡았다.
다만 올해 은행권에서 부실 규모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점은 영업 드라이브를 거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대부분의 은행은 자산건전성이 악화됐다. 그간 건전성이 계속 개선됐던 대형 시중은행도 이상 현상이 감지된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의 지난해 말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0.28%로 3개월 전인 9월 말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카카오뱅크도 4분기 연체율(0.49%)이 직전 분기 대비 0.13%포인트 올랐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자산건전성이 꾸준히 악화됐다. 9월 말 연체율은 0.67%로 전년 말 대비 0.26%포인트 크게 올랐다. 전체 대출 중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0.25%포인트 상승한 0.76%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이보다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의 권고에 따라 신용점수(KCB) 820점 이하의 중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대거 내준 영향이다.
더불어 자본건전성도 관리가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케이뱅크는 대출자산을 크게 늘린 결과 영업 확장을 위한 자본여력도 많이 줄었다. 작년 9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51%로 전년 말(18.12%) 대비 4.4%포인트 크게 떨어졌다. 특히 케이뱅크는 이자자산 외엔 다른 자산이 없는 만큼 대출 원리금을 받지 못할 위험인 ‘신용리스크’에 다른 대형은행보다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선 다른 은행보다 더 충분한 자본 여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올해는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은 일찌감치 올해 경영의 방점을 리스크관리에 찍었다. 올해 대출 확대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성장률이 둔화됐기에 케이뱅크와 상황이 다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상장을 위해서 준비를 거의 마쳤던 상황이기에 시장 상황에 따라 IPO에 다시 돌입하는데 문제가 없다”라며 “건전성 관리도 IPO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기에 성장과 건전성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