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올 상반기 CVC 설립···벤처 발굴·투자 목적
삼바도 CVC 통해 2곳에 투자···"1분기 내 다음 투자 진행"
삼성에피스도 차세대 R&D 기술 위해 펀드 독자 운용 시작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통한 바이오 벤처 투자에 나섰다. 유망 기업을 발굴해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신성장 동력을 찾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에서다. 최근 첨단 치료제 등 미래 먹거리 확보 경쟁이 시작된 만큼 신규 파이프라인을 향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자금력과 사업성을 갖춘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사업 바이오벤처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대기업의 벤처 투자가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대기업의 CVC 운영이 허용돼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된 대웅제약은 올 상반기 내 CVC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상용화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전략적 투자(SI)를 단행할 계획이다. 초기투자로 시작해 공동 연구, 기술 이전,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오픈 이노베이션에 집중해온 대표적인 제약사다. 지난해 5월 '제1회 이노베어 창업스쿨'을 열고 파트너 기업 4곳을 선정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복합 균주 개발 '바이옴에이츠', 발달장애 비대면 치료 메타버스 플랫폼 '뉴다이브',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기업 '시너지AI', 안구질환 전자약 개발 기업 '메디아이오티' 등 최근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분야였다. 예비 창업기업으로 꼽힌 기업들은 대웅제약의 R&D 자금 및 액셀러레이팅 지원을 통해 1년 내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대웅제약은 '이노베어 공모전' 2기도 모집한다. 초기 시드 투자는 물론 기술 협력 등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인 마곡 대웅 이노베이션 큐브(DIC)를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액셀러레이팅 전문 시설로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CVC 투자 내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 2021년 그룹 CVC인 삼성벤처투자, 삼성물산과 바이오전용펀드인 '라이프사이언스(SVIC 54호)' 펀드를 조성했다. 삼성물산이 990억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95억원, 삼성벤처투자가 15억원을 공동 출자했다. 

삼성의 라이프사이언스 펀드의 첫 투자처는 유전자 치료제 기업이었다. 삼성벤처투자는 지난해 3월 미국 재규어진테라피에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2019년 설립한 재규어진테라피는 현재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치료제로 1형 갈락토오스혈증, 유전적 자폐증, 1형 당뇨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퍼스트인클래스 공정개발 및 품질관리(CMC) 역량과 허가당국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어 지난해 8월엔 나노입자약물전달체 기업 센다바이오사이언스에 19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센다바이오사이언스는 소화기계 신약과 약물전달시스템(DDS) 발굴을 위한 자체 플랫폼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신성장동력으로 밝힌 항체약물접합체(ADC) CDMO 사업을 위한 새로운 투자도 올 1분기 중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달 삼성벤처투자 'SVIC 63호' 펀드조합에 198억원을 출자하면서 독자 운용을 시작했다. 삼성에피스 관계자는 "특정 분야나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이제 막 출자를 한 만큼 투자할 기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에피스는 라이프사이언스 조성에 앞서 2017년에도 삼성벤처투자에 35억원대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유망 기업 투자가 목적이었지만, 이 펀드는 지난해 그대로 청산됐다. 해당 펀드를 통해 성사된 투자 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에 주력하고 있지만, 신약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만큼 업계에선 향후 삼성그룹의 신약 개발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신약개발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웠으니,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술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신약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에피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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