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S&T 에쿼티본부장으로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 전격 영입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경험 풍부···‘-2350억’ KB證 상품운용부문 안정화 기대
허필석, 허인 KB금융 부회장과 서울대·장기신용은행 인연 눈길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KB증권이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안투자부문 대표를 S&T부문 에쿼티(Equity)운용본부장(전무)으로 전격 영입했다.
허 본부장은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창립 멤버이자 총괄대표 등을 맡으며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인 운용을 선보여왔던 인물이다.
◇ KB증권, 허필석 영입 배경은 ‘운용 안정화’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전날 허 본부장을 신임 에쿼티운용본부장(전무)로 선임한 배경에는 지난해 급격히 실적이 악화된 상품운용손익이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상품운용에서 무려 2350억원의 손실을 냈다. 특히 4분기에만 1333억원의 손실이 집중되면서 실적을 갉아먹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KB증권은 전년(5943억원) 대비 64.5% 줄어든 2133억원의 당기순이익에 그쳤다.
KB증권이 현대증권과 합병으로 지난 2017년 출범한 이후부터 상품운용은 들쑥날쑥한 실적을 내고 있다. KB금융 실적자료에 따르면 KB증권의 상품운용 손익은 지난 2019년 159억원의 손실을 냈다가 2020년에는 14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2021년에는 1158억원의 이익을 내며 자리를 잡나 싶더니 지난해에는 다시 2350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부문장 및 조직, 본부장 교체도 잦았다. 신재명 전 부사장이 지난 2017년 KB증권 S&T부문장에 올랐고 이후 김태호 부사장이 S&T부문장을 맡았다. 지난해말 인사에서는 하정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부행장이 신임 S&T부문장(겸직)으로 선임됐다.
에쿼티운용본부장 자리 역시 지난 2017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스타매니저 출신 서진희 상무가 영입됐다가 주식연계증권(ELS) 운용에서 손실을 내면서 2020년 8월부터는 미래에셋증권 출신인 김호영 전무가 영입됐다. 하지만 김 전무 역시 지난해 물러났다.
KB증권은 결국 지난해말 인사에서 S&T부문을 개편하고 허 본부장을 전격 영입했다. 허 본부장으로서는 KB증권의 상품운용은 안정화시키는 중책이 맡겨진 셈이다.
허 본부장은 1967년생으로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장기신용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삼성증권 자금부를 거쳐 1999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설립 당시 합류했다. 이후 자산운용본부부장, 주식운용본부장을 거쳐 2009년 운용부문 총괄대표에 올랐고 2015년부터 2018년 5월까지는 경영총괄대표를 맡았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2018년 6월부터 박정환·신진호 공동 대표체제로 전환했고 허 본부장은 대안투자부문 대표를 맡아 신성장 발굴에 주력해왔다.
허 본부장은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서 거북이·커버드콜·블루칩배당 등 다양한 펀드상품을 출시하고 운용했다. 특히 주식에만 그치지 않고 채권과 대체투자, 비상장주식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경험을 쌓아왔다. 투자방식도 롱온리(장기보유)에서 롱숏펀드를 거쳐 헤지펀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허 본부장의 철학은 마이다스에셋운용의 경영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 마이다스에셋운용은 규모를 키우기보다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자는 철학을 지켜오고 있기에 설립 이후부터 꾸준히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KB증권이 운용부문 실적 안정화를 위해 허 본부장을 전격 영입한 근거이기도 하다.
KB증권 관계자는 “허 본부장은 개별주식, 장내∙외 파생금융상품, 채권, 메자닌, 부동산 인프라 대체투자자산 등 대부분의 자산군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직접적인 운용 경험을 통해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로 S&T부문 방향성과 연계하여 에쿼티운용본부에서 큰 축을 담당할 역량이 검증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 허인과 인연도 주목
허 본부장과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과의 인연도 눈길도 끈다. 둘은 서울대 동문이며 장기신용은행에서 같이 근무했다.
장기신용은행은 장기신용채권 발행 및 장기자금대출을 하기 위해 1980년 세워진 은행으로 국내 초엘리트 인력들이 몰려들었던 은행이다. 하지만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은행으로 흡수합병됐다. 장기신용은행은 없어졌지만 당시 행원들은 ‘장은동우회’를 결성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허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장기신용은행은 지난 1998년 국민은행에 합병됐다. 이후 허 부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허 부회장은 지난 2021년말 인사에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와 함께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양종희 부회장과 더불어 3인의 부회장 체제를 구축했다.
허필석 본부장은 1992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해 자금증권부에서 일했다. 이후 1998년 삼성증권 자금부를 거쳐 1999년 마이다스에셋운용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허필석 본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주식뿐만 아니라 ELS, 헤지, 비상장주식, 대체투자 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본부의 장으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운용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이직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