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사측에 목소리 내···아이큐어·파나진 등 갈등 표면화
"소액주주 적극 참여, 투명화에 도움···경영 효율성 악화 측면도"
헬릭스미스 임시 주총 주목···소액주주비대위에 대한 비판제기도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헬릭스미스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 갈등이 법적공방으로 번졌다. 사측이 소액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사내이사 3명을 고소한 것이다.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특정 집단 주주에게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와의 갈등이 진행형인 곳은 헬릭스뿐만 아니다. 최근 회사 매각부터 기술 유출 등 다양한 이유로 소액주주와 분쟁 중인 바이오 기업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사내이사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헬릭스미스 측은 해당 이사들 또는 그중 특정인이 주총 안건을 위한 이사회 의결 전에 관련 사안을 외부로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특정 집단의 주주에게 유출 혹은 유출되도록 유도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내부 정보 유출 논란은 지난해부터 계속 제기돼왔다”라며 “헬릭스미스 이사회가 개최되기 전에 안건 등이 특정 카페나 주주 단체 카카오톡 방에 유출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주요 정보를 활용한 지분 확보 움직임이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관련 법규 위반 소지에 대해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헬릭스미스의 소액주주와의 분쟁은 2019년 시작됐다. 당뇨병성신경통증 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의 미국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분석 과정에서 해당 데이터를 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서다. 일부 환자가 위약과 혼용했을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임상 신약 개발비를 만회하기 위해 헬릭스미스는 그해 8월 1469억 원의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당시 사측은 ‘향후 2년간 추가 유증은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 9월 286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논란이 됐다.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낸 사실도 드러났다. 2016년부터 5년간 옵티머스 등 총 68개 고위험 자산에 2643억 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투자금은 연매출의 60배에 달했고, 대부분의 상품에서 원금 회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가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후 소액주주들과 회사 측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그러다 카나리오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의 대주주가 되면서 소액주주와의 대립이 본격화됐다. 헬릭스미스는 당시 약 350억 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이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 지분 7.3%를 취득한 대주주가 됐다. ‘제3자 배정 신주 유상증자 방식’으로 1대 주주의 지위를 넘겼다. 하지만 경영권을 넘기는 통상적인 계약처럼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 아닌 도리어 신주 발행 가격을 13% 낮은 가격에 넘겼다는 지적이 일었다.
게다가 증자로 받은 350억 원 가운데 300억 원으로 세종메디칼의 전환사채(CB)를 사들이며 소액주주 사이에서 “카나리아 측이 사실상 50억 원으로 시총 4000억 원짜리 회자를 인수했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헬릭스미스가 보유한 1500억 원 가량의 현금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이사 선임을 위해 열린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를 사측이 고소하는 데 이르렀다.
소액주주와의 갈등을 겪는 것은 헬릭스미스뿐만이 아니다. 최근 소액주주가 국내 바이오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포착된다. 아이큐어는 경영진과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다. 치매 치료제 개발 업체인 아이큐어의 소액 주주들은 지난해 연말 회사 측이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이 시가총액 급락의 원인이 됐다며 주주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CB를 발행하고 유상증자를 하는 등의 판단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고 주주가치가 희석했다는 게 소액 주주연대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 경영진 교체를 요구 중이다.
항암제 신약 개발중인 파나진 소액주주는 김성기 대표의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 감소한 13억 원을 기록한 데 대해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의 아내가 설립한 다른 바이오 업체에 핵심 기술을 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으로, 경영진 교체를 원하는 소액주주 과은 조만간 주총에서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계에서의 소액주주와의 갈등이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장시간 소요되고 확실한 보장이 없다는 점 ▲많은 바이오 기업이 초기 스타트업이라는 점 ▲업계 특성과 초기 단계 기업인만큼 사업 굴곡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산업 특성에 따른 소액 주주의 관심도와 감시정도가 높다는 점 등이 꼽힌다.
이는 소액주주가 적극적으로 기업을 감시하고 참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회사 경영 측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경영권 투명화에는 도움이 되나, 경영 효율에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헬릭스미스의 경우 소액주주 사이에서 관련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등장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헬릭스미스 주주 사이에서는 “주가 하락의 원인이 오롯이 회사 경영진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대위에 의해 심각하게 증폭된 경영권 불안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와 사측 간 갈등은 내달 임시 주총에서 또 한번 표면화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