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돈잔치 우려"···은행 이자장사 직격
금융당국, 은행 과점체제 개선 방안 추진 준비
예대금리차 가장 크면 사회적 비판 거세질 우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정부가 시중은행의 이자장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달 20일 예정된 예대금리차 공시를 앞두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행여나 큰 격차로 예대금리차 1위를 달성하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할 때도 큰 부담을 느꼈는데 이번에 느끼는 압박은 더 심하다는 반응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19곳은 지난달 신규 예금과 대출 대한 평균금리차(예대금리차)를 오는 20일에 공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모든 국내 은행은 직전 달에 기록한 예대금리차를 매달 20일 은행연합회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은행이 과도한 이자이익을 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된 제도다.
대형 시중은행은 이달 공시에서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게 나오지 않을지 걱정이 큰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시중은행의 이자장사와 성과급·배당확대에 대해 더 강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해 역대급 당기순익을 달성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의 총액은 13조8484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약 20% 급증했다. 호실적의 비결은 단연 이자이익이다. 비이자이익은 크게 부진했지만 이자이익이 불어난 덕분에 전체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의 성과급도 크게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조193억 원보다 35.6%나 불어난 수치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임원은 작년 15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아 은행권 1위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은행의 호실적을 등에 업은 모기업 금융지주도 최대 순익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그 결과 대형 금융지주들은 모두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규모를 늘렸다. 비상장장인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하고 KB(33%), 신한(30%), 하나(27%), 우리(26%)는 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크게 늘렸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돈 잔치’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고,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언급했다. 은행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큰데 대형 시중은행은 이자장사로 불린 이익으로 성과급·배당을 크게 늘린 점을 비판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신규 인터넷은행 허가, 특화 은행 설립 등을 통해 은행 간 경쟁을 더 촉진시키겠단 의미다.
작년 7월 예대금리차가 처음 공개될 때 은행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시 시중은행 가운데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게 나온 농협은행은 정책자금의 유입 때문이라는 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신한은행은 가계부문에 한정된 예대금리차가 가장 크게 나오자 서민정책대출상품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8월 자료부터는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예대금리차도 따로 공시하는 식으로 제도가 변경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12월 기준 예대금리차(정책금융상품 제외)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농협은행이 0.94%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0.77%포인트), 하나(0.69%포인트), 신한(0.63%포인트), 국민은행(0.61%포인트) 순이었다. 가계부문 예대금리차의 경우 우리(1.30%포인트), 농협(1.0%포인트), 신한(0.91%포인트), 하나(0.85%포인트), 국민 (0.65%포인트) 순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큰 만큼 시중은행들은 몸사리기에 바쁘다”라며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한 부담은 첫 공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줄었지만 다시 크게 신경쓰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