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금융 결합한 문화금융 플랫폼, 제도적 한계 토로
유니콘팜, 개인정보처리 논란 이어 또다시 해결사 자처
"입법 속도 내 문화금융 산업 생태계 선순환 이끌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등장으로 문화와 금융이 결합된 문화금융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로 성장기로 나아가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또다시 해결사를 자처했다. 실질적인 입법으로 혁신의 길을 터주겠다는 계획이다.    

17일 서울 마포구 뮤직카우의 복합문화공간 살롱 드 뮤직카우에서 국회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이 문화금융 스타트업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화금융이 신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유니콘팜은 지난해 12월부터 스타트업을 방문해 직접 의견을 청취하는 스타트업 트립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첫 번째 스타트업 트립에서는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 운영사 블루앤트와 만나 개인정보처리에 대한 어려움을 논의했다. 이후 두 달 만인 지난 6일 유니콘팜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니콘팝 1호 법안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유니콘팜은 이번 문화금융 분야 스타트업 트립에서도 문제를 파악해 입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16일 뮤직카우의 복합문화공간 살롱 드 뮤직카우에서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과 문화금융 플랫폼 대표들이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정현경 대표는 "뮤직카우는 세계 최초 저작권료 수익 공유 플랫폼으로 문화와 금융을 결합한 혁신적인 문화금융 서비스"라며 "현재 1.5조원에 불과한 저작권 시장을 30조원 규모로 확대해 문화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6년 설립한 뮤직카우는 아티스트에게만 지급돼온 음악 저작권료 수익을 개인이 공유하고 거래하는 문화금융 서비스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지정받아 무형자산인 음악저작권을 증권화하게 됐다. 현재 누적 회원 수 120만명, 누적 거래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의 제동으로 6개월 간 주요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뮤직카우가 개발한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저작권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가 지분에 따라 지급받는 권리다. 투자자들이 실제 저작권을 소유한 뮤직카우에 저작권료를 청구하는 방식인데, 금융위는 뮤직카우가 파산할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에 뮤직카우는 금융위 조언대로 사업 구조 전환 및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투자자 예치금 별도 예치, 투자자 피해 보상 체계 구축 등이 골자였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뮤직카우는 최종 제재 면제 통보를 받아 가장 큰 법적 리스크를 털어냈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미국 지사를 설립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여전히 제도적 한계로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됐지만 발행 규모 제한, 투자 한도 제한 등 제한 조건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대표는 "뮤직카우는 비금융적 판단 요소가 60% 이상으로, 대부분 팬심으로 구매한다"며 "문화금융 산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한우 등 금융자산 투자 플랫폼과 다른 눈높이에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문화금융 플랫폼 비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은 상황이 더 어렵다. 대표적으로 투게더아트도 뮤직카우처럼 지난해 11월 금융위로부터 증권성 판단을 받아, 조각거래가 가능했던 유통 플랫폼 사업을 중단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 보호 조치 등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승행 투게더아트 부대표는 "금융당국의 증권성 판단으로 기존 사업을 종료하고, 별도의 유통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다"며 "수익증권은 아니지만, 제도권에 내에서 투자계약증권 모델로 서비스를 재편해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드라마·전시 등 콘텐츠 프로젝트 투자 플랫폼 '펀드풀'도 비슷한 사정이다. 크라우드 펀딩 형식의 온라인 소액공모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한 플랫폼이지만, 자금 조달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펀드풀이 진행하는 펀딩은 콘텐츠 프로젝트당 30억원으로 금액이 제한돼 있다. 윤성욱 대표는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제작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자금조달 수단이 제한적이어서 사업 성장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화금융 플랫폼은 시장에 새로 등장한 신산업인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동환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는 규제 샌드박스로만 가능한 상황인데, 우선 위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서비스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법 개정 범위를 정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플랫폼에 특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도 "기술 혁신이 문화 향유 방식을 계속 바꾸고 있지만, 지적재산권 관련 제도는 아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문화금융 서비스를 리딩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니콘팜은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김성원 유니콘팜 공동대표(국민의힘 의원)는 "우리 문화 콘텐츠 영역이 이렇게나 넓은데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성장 기회를 넓힐 수 있는 법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훈식 유니콘팜 공동대표(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스타트업이 제일 빠른 속도로 달려가지만, 행정은 그 뒤를 쫓고 있고, 입법은 더 늦는 게 현실"이라며 "스타트업 트립으로 그 속도를 줄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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