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이상 몸값 평가’ 두나무·야놀자·컬리 등 종목 1년 새 기준가 급락
투자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 대비로도 크게 하락해 ‘눈길’
‘유동성 축소 국면 투자 리스크 높아’ vs ‘옥석가려 살펴볼 때’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비상장 기업들의 장외 시세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종목의 경우 장외 기준가가 1년 전 대비 70% 넘게 내린 사례도 나올 정도다. 유동성 축소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 리스크가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 두나무·야놀자 등 장외 시장 대어들, 1년 새 기준가 큰 폭 하락
1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장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비상장 주식 거래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의 기준가는 11만7000원으로 1년 전 41만1000원 대비 70% 넘게 내렸다. 올해 초 가상화폐 자산들의 가격 반등 영향에 일부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하며 힘이 빠진 모습이다.
두나무는 지난해 1월 초만 하더라도 기준가가 50만원에 육박했던 종목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하락폭이 주목된다. 당시 두나무에 투자했던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앵커에퀴티파트너스도 주당 50만원 수준으로 15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같은 해 3월 IMM인베스트먼트가 두나무에 투자할 때도 주당 40만원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다른 장외 대형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의 기준가는 4만6600원으로 1년 전 8만9000원 대비 5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야놀자는 지난해 3분기 누적 444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연간 매출인 3748억원을 넘어서는 호실적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장외 시장에서 기준가 하락은 막지 못했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대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장외 시장의 기대주로 우뚝 섰다. 당시 책정된 몸값만 10조원이었다. 비상장 주식 기준가로 토대로 추정한 현재 시가총액은 4조6907억원으로 당시 대비로는 몸값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올해 상장을 추진했다 쓴잔을 맛본 새벽 배송업체 컬리와 오아시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역시 장외 시장의 얼어붙은 투심을 피할 수 없었다. 컬리의 경우 2021년 11월 말 프리IPO로 총 2500억원을 투자받을 때만 해도 주당 10만원으로 값이 매겨졌었다. 불과 1년이 조금 넘은 현시점에서 장외 가격은 2만41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컬리의 경쟁사인 오아시스는 최근 반등에 나서는 듯했지만 상장 실패 이슈로 급락했다. 오아시스의 전날 기준가는 1만7900원으로 지난 6일 3만400원에서 41% 하락했다. 이로 인해 오아시스의 추정 시가총액도 5000억원대로 내려왔다. 오아시스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달 상장 연기를 밝힌 케이뱅크도 1년 전 대비 기준가가 ‘반토막’ 됐다. 장외 시장에서 케이뱅크의 전날 기준가는 1만300원으로 1년 전 2만600원 대비 50% 하락했다. 이를 토대로 한 시가총액 추정치는 3조7945억원이다. 케이뱅크가 2021년 1조249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인정받았던 2조4000억원 대비로는 높은 상태다.
◇ 유동성 축소 장세 지속···‘옥석 가려 살펴볼 때’ 의견도
고(高)금리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종목 역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통상 유동성을 축소시키는 금리 인상기에는 성장주의 투심이 약해지는데 성장주 중의 성장주로 평가받는 비상장 주식의 경우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IPO 시장이 중소형주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분류된다. 비상장 주식 시장 특성상 상장 추진 여부와 시기에 민감한 경우가 많은데 최근 규모가 큰 IPO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실제 컬리와 케이뱅크는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해보지도 못하고 상장을 미뤄야 했고 오아시스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반면 일각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기업의 성장성이 뚜렷하다면 결국 기대감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옥석은 가려야 하는데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가 아닌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는 현 상황을 기준으로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 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