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에 향후 제네시스 G90 적용되는 레벨3 자율주행 기술 탑재 예상
EV9 적용 시점은 일러야 올해 말 추정···“G90부터 시작해 탑다운 방식으로 적용될 가능성 높아”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차 ‘EV9’이 상반기 출시를 앞둔 가운데, 제네시스 G90과 마찬가지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주목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EV9에 적용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출시가 예정된 EV9에도 G90과 같은 자율주행기술 ‘HDP(Highway Driving Pilot)’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포착된 EV9 테스트 차량 사진 중 라이다(LiDar) 센서로 추정되는 부분이 보이며 HDP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HDP는 현대차그룹의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다.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80km/h 제한속도 내에서 주행할 수 있다. 레벨3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운전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다만 EV9에 HDP가 적용되는 시점은 출시 시점보다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DP의 기술적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전략적인 차원에서 기아 브랜드에 적용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아가 선전하고 있지만 그룹 내 입지엔 변함이 없다”며 “제네시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EV9에 자율주행 기술이 곧바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EV9 자율주행 가능성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V9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차로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공식적으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다고 밝혀진 건 G9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 적용하기 용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보다 구조가 복잡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기 어렵고, 전기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론 G90보단 EV9에 우선 적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브랜드 띄우기를 이어가고 있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프리미엄 브랜드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EV9에 HDP가 곧바로 적용되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홍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 올해 말은 돼야 EV9에 HDP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G90으로부터 시작해 고급차부터 탑다운 방식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는 돼야 EV9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 양산차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레벨3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브랜드는 혼다와 메르세데스-벤츠에 불과하다. 이 중 실제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는 브랜드는 벤츠뿐이다.
앞서 벤츠는 독일서 EQS 및 S클래스 차량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판매했다. 자율주행은 60km/h 제한속도 내에서 이뤄졌다. 올해 하반기엔 미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60km/h 제한 규정에서 운행 가능한 G90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규정 제한을 80km/h까지 확대하며 출시 시점을 연기했다. 국내서 기술이 검증되면 향후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G90은 미국서 105대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