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임상 3상서 긍정 결과, 이르면 올 가을 출시···동구바이오제약과 공동판매
숫자 적은 조루 환자 처방 여부가 관건···경쟁력 있는 가격대도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조루와 발기부전 모두 치료해주는 복합제 임상을 진행해왔던 씨티씨바이오가 허가 신청만 남겨놓은 상태로 파악된다.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던 복합제가 향후 허가 받아 출시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씨티씨바이오는 조루와 발기부전 치료 기능을 갖고 있는 복합제 개량신약 ‘CDFR0812’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10월 임상수탁기관을 통해 결과 보고서를 수령했다. CDFR0812는 조루증 치료에 사용되는 ‘클로미프라민(제품명 컨덴시아정)’과 발기부전 치료제인 ‘실데나필(제품명 비아그라정)’ 성분의 복합제다. 지난 2019년 795명을 대상으로 개시된 임상 3상이 3년여 기간 진행된 후 긍정적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씨티씨바이오에 따르면 임상 결과, 각각의 대조군(컨덴시아정 및 비아그라정)의 단독투여에 비해 질 내 삽입 후 사정에까지 이르는 시간을 유의하게 증대시켰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대조군들과 견줄 정도로 양호했다. 치료군간 차이가 유의함을 입증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임상 결과 분석 작업을 거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신청을 앞두고 생산시설 실사에 대비해왔다. 이르면 다음 달 식약처에 정식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향후 남은 절차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검토와 허가 확정 시 이후 계도기간 한 달이다. 이에 이르면 올 가을 출시도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발기부전 치료제가 비급여로 판매되고 있고 CDFR0812도 비급여 판매 예정이기 때문에 만약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이후 급여나 약가작업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CDFR0812가 예정대로 식약처 허가를 획득할 경우 씨티씨바이오는 동구바이오제약과 공동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씨티씨바이오와 CDFR0812에 대한 공동연구 및 사업제휴 계약을 지난해 4월 체결한 바 있다. 피부과 시장에서 처방 1위를 기록하는 동구바이오제약은 비뇨의학과에서 처방 6위를 달리는데 CDFR0812 판매를 계기로 시장점유율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점은 씨티씨바이오와 동구바이오제약의 공동판매 방식이다. 향후 변경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선 씨티씨와 동구바이오가 개별 브랜드로 각각 시장에서 영업하고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씨티씨는 ‘OOO’이란 브랜드명으로 동구바이오는 ‘△△△’ 브랜드명으로 승부수를 띄워 영업과 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통상 다른 제약사들이 예컨대 의원급과 병원급으로 구분하는 등 일정 분담하는 공동판매와 다른 방식이 검토되는 것이다. 씨티씨바이오 관계자는 “아직 복합제 제품명은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제품명) 후보군은 준비해놓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예정대로 씨티씨바이오와 동구바이오제약이 올 가을 CDFR0812를 출시할 경우 가격과 환자들 처방 행태가 변수로 분석된다. 쉽게 설명하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조루증 환자들을 병원 방문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로 요약된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발기부전 치료제 가격은 비급여를 전제로 대부분 3000원에서 5000원 사이로 파악된다. 씨티씨바이오는 다른 치료제에 비해 경쟁력 있는 가격대 수준이라고만 언급했다.
씨티씨바이오에 따르면 CDFR0812는 조루와 발기부전 두 질환을 모두 해결해준다. 식약처가 허가를 내주면 이같은 주장이 확인된다. 이론적으로는 일부 남성환자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주는 제품이다. 하지만 실제 발기부전으로 치료제를 찾는 환자는 많지만 조루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적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각종 자료와 데이터를 보면 발기부전 환자 절반은 조루증이 발견되고 조루증 환자 중 절반 가량은 발기부전이 나타난다”며 “이론적으로 조루와 발기부전을 모두 해결하지만 실제로는 환자층이 두텁고 병원을 상대적으로 더 찾는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CDFR0812가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준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2500억원대로 추산된다. 반면 조루증 치료제 시장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조루증 치료제는 극소수로 파악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조루증 치료제 품목이 적고 조루와 발기부전 치료를 합친 의약품이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물론 CDFR0812가 국내 개량신약 개발과 복합제 수준을 제고시킨 품목이란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CDFR0812가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이른 시간 내 잠식하고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도 속칭 ‘여성용 비아그라’를 국내에서 가교임상하는데 사회 변화를 의약품이 주도할 수 있다”며 “조루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 받았던 환자들이 복합제를 찾거나 조루증 치료제로 처방 받는 사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회 전체가 개방 추세인데 이제는 환자들이 질환을 감출 필요가 없다”며 “남성 환자들은 대부분 중년이므로 의식 전환에 시간도 필요하지만 향후 복합제의 또 다른 시장 창출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결국 임상 3상까지 진행된 조루와 발기부전 복합제가 허가를 받게 되면 이르면 올 가을 출시가 유력할 전망이다. 향후 가격과 조루증 환자들 인식 여부에 따라 어떤 판매 실적을 올리게 될지 주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최근 동네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면 젊은 환자들이 사소한 불면증부터 다양한 질환을 치료 받고 있다”며 “본인 건강을 위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사회가 됐는데 제약사들도 이같은 변화를 토대로 영업이나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