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계열사 기여도, 20%대 하회···순익 부진
M&A·지분투자·기존 자회사 증자 등 방식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해야 지적도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지속 가능성, 여건 녹록지 않다는 관측도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부진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은행은 순익 1위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리딩뱅크 왕좌에 올랐지만 다른 비은행 계열의 순익 기여도가 20%대를 하회했다. 시중은행 모두 이자이익이 주된 수익원인 만큼 올해는 금리인상 기조가 진정되면서 지난해 수준의 수익은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 또는 확대하는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순익 기여도는 지난해 19.9%를 기록했다. 비은행 비중만 보면 증권사·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그룹(16.1%)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비은행부문 기여도는 2017년 20.8%을 시작으로 2018년 21.6%, 2019년 24.0%, 2020년 34.3%, 2021년 35.7%에 이르기까지 줄곧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0% 아래로 추락했다.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계열사 대부분이 역성장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 동안 하나금융 비은행 부문의 기둥 역할을 했던 하나증권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75.1% 감소하면서 그룹 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본시장 침체 여파로 자산관리 수수료와 IB(기업금융) 부문 수수료 이익이 크게 줄었다.
하나카드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3.4% 줄어든 1920억원에 그쳤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수수료이익 정체에 따라 수익성도 저하됐다.
이외에도 하나자산신탁의 순이익은 2021년 927억원에서 지난해 839억원으로 9.5% 감소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101억원으로 2021년 243억원 대비 58.2% 감소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을 모두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리딩뱅크에 등극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16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순이익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최초다. 순이익 증가율에서도 다른 은행보다 높았다. 모든 시중은행들이 비슷하지만 역대급 실적 달성에는 이자이익 증가가 주효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도 선방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그룹은 실적 2위를 기록한 KB금융지주와 순이익 격차 축소에 실패했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6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KB금융그룹의 연간 순이익(4조4133억원)을 7800억원 이상 밑도는 규모다.
오히려 4위를 기록한 우리금융그룹과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격차는 4800억원 차이로 KB금융그룹 보다 더 좁혀졌다. 문제는 하나금융과 달리 우리금융은 실적에서 큰 비중은 차지하는 보험·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은행 계열사가 그룹 성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좋은 반전의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 전망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누렸던 이자이익도 올해부터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고금리 속 이자장사로 대규모 이익을 거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사회환원 압박도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합병(M&A), 지분투자, 기존 자회사 증자 등의 방식을 통해 취약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의 하나금융그룹이 성장하기까지는 지난 2012년 외환은행 인수와 업(業) 경쟁력 강화, 기업금융 및 외국환 역량 강화 등이 맞물려있고 이러한 경험을 되살려 수익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은행 비중이 비중을 늘리는 것이 2위 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M&A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데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수립에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