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 1.5조원…11월부터 증가 전환
여전채 금리 하향 안정화 영향…4% 초반대로 떨어져
만기 3년 이상 장기물 발행 속속
여전채 금리 안정세 일시적 가능성도···“여전채 매입 수요 감소 예상”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최근 카드사들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발행이 다시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여전채 금리 급등으로 장기 기업어음(CP) 및 외부 차입 등을 늘리며 여전채 발행을 줄였지만 올해 들어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여전채 발행을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타금융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1조4876억원으로 집계됐다. 여전채 금리가 6%대까지 급등했던 10월에는 순발행액이 마이너스(-) 3조4423억원이었으나 11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발행액이 상환액을 웃도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타금융채는 은행 이외의 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캐피털사나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체들이 발행하는 여전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타금융채의 발행액 추이는 여전채 발행액과 흐름을 같이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주요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3년 이상의 장기물 발행이 활발해졌다. 지난해 채권 시장 경색으로 여전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만기가 2년 미만인 단기물 위주로 여전채를 발행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들어 총 77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한 채권은 모두 만기 3년 이상의 장기물이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 1월 총 1500억원의 여전채를 발행했다. 이중 500억원은 만기가 2년, 1000억원은 만기 3년으로 발행했다. 하나카드는 올해 들어 4800억원의 여전채를 발행했으며 이 중 만기가 3년 이상인 채권은 31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3년 이상 장기물 여전채 발행에 재시동을 거는 배경에는 여전채 금리 하락세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여전채 금리가 6%까지 치솟자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가동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기 집행하면서 여전채를 매입했고 그 결과 여전채 발행과 유통 상황이 개선되면서 금리가 안정화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AA+ 등급 3년물 여전채 민평금리는 4.092%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0.044%포인트, 전월 대비 0.996%포인트 하락했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6.088%까지 오르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11일 4%대에 진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카드사들이 여전채를 발행하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가 4% 초반대로 낮아졌고 지난해 하반기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여전채 발행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여전채 금리 안정세와 발행 증가 추이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기준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 금리 특성상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때까지는 여전채 금리가 다시 올라갈 여지가 남아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채안펀드를 통한 여전채 매입에도 한계가 있는 탓이다. 또한 여전채 수급의 핵심인 증권사의 수요 감소 이슈도 있어 여전채 발행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60조원을 넘는 수준의 여전채 차환발행이 예정돼 있어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차환 발행금리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여전채 매입을 늦추고 있다”며 “또한 금융당국의 규제로 여전채에 대한 주요 수요처인 증권사들의 헤지 자산 관련 여전채 편입한도가 축소될 예정이라 여전채 매입에 대한 시장 소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채 매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여전채 금리가 오르게 된다”며 “여전채 매입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은 작년보다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