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후곡마을 등 통합 재건축 추진위 설립
대단지일수록 협상 유리···용적률 분쟁 위험도 적어
정부 7일 특별법 발표···통합 재건축 활성화 의지 나타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일산을 비롯한 1기 신도시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1기 신도시를 통해 대규모 주택 공급에 나선다고 밝힌 만큼 대단지가 사업 우선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통합 재건축 활성화 의지를 내비치면서 주민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일산에선 통합 재건축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합 재건축은 여러 개의 단지가 하나로 연합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마을 3·4·10·15단지와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 1·2단지·백마마을 1·2단지가 통합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상태다. 문촌1단지와 후곡7·8단지 등도 통합 재건축을 논의 중이다.
일산 주민들이 통합 재건축에 나선 건 대단지일수록 사업 추진이 원활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통해 주택 10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공급물량을 상대적으로 많이 늘릴 수 있는 대단지가 유리한 순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1기 신도시 내 단지들의 용적률이 비슷해 통합 재건축 사업 시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통합 재건축 현장에선 용적률이 다를 경우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 용적률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 광장아파트는 같은 단지 내 동 간 용적률이 달라 소송전 끝에 용적률이 높은 동은 따로 재건축을 하기로 결정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 인근 단지 간 용적률과 노후도가 비슷해 비교적 분쟁 위험이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정부가 발의한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규모 블록단위 통합정비사업’이 포함돼 통합 재건축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계획도시’에 ‘특별정비구역’을 설정하고 안전진단 면제·완화,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등 간소화 방법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특별정비구역으로 설정된 지역에선 대규모 블록단위 통합정비를 비롯해 역세권 복합·고밀개발, 광역교통시설 등 도시기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
이번 발표 이후 통합 재건축을 추진해 온 단지들은 사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후곡마을 4개 단지는 대규모 블록 단위 통합정비사업에 도전할 예정이다. 단지 대부분 1994~1995년에 지어져 준공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단지별로 ▲후곡3단지 530가구 ▲후곡4단지 752가구 ▲후곡10단지 516가구 ▲후곡15단지 766가구 등으로 총 2564가구에 달한다. 재건축을 통해 4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일산 외에도 다른 1기 신도시에서 통합 재건축 바람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본에선 산본동 대림솔거7단지·롯데묘향·극동백두·한양백두·동성백두 9단지 등이 통합 재건축 준비위위원회를 결성했다. 가구 규모만 3804가구에 달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통합 재건축이 1기 재건축 사업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며 “아직 초기인 만큼 분담금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게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