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비중 높았던 증권사들 대규모 충당금 적립하며 줄줄이 ‘어닝쇼크’
4분기 대손 설정 하이투자證 1120억·한투證 1000억·하나證 940억·BNK證 284억順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공을 들였던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에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설정한 대손충당금 규모가 회사별로 약 1000억원에 달한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대출 이후 상환이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 부실 정도에 따라 미리 손실금액을 실적에 반영해놓는 항목이다.
부동산 사업에 집중했던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에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면서 해당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급격하게 악화했다.
◇ 한투·하나·하이투자證, 각사별 충당금 1000억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 부동산PF 관련 부실가능자산에 대해 1000억원 가량의 충당금 및 평가손실을 실적에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부실가능 자산은 연결대상수익증권 및 부동산PF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등이며 충당금 설정으로 한국투자증권 및 한국금융지주의 연결 실적에 손실로 반영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분기순이익으로 1295억원을 냈고 연간으로는 56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4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6.7% 감소했고 연간 순이익은 전년도 대비 60.8% 급감한 수치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부동산PF 충당금 및 평가손실 설정규모는 연간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금융그룹의 PF잔액 4조6000억원 가운데 증권은 2조6000억원, 저축은행은 1조원, 캐피탈은 1조원이 유지되고 있어 올해 1분기에 추가 충당금 설정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역시 지난해 4분기에만 94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이는 하나은행의 4분기 대손충당금(82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로 그룹 내에서 가장 많다.
하나증권은 대손충당금 설정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에만 15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도 전년도(5066억원)의 4분의 1수준인 1306억원에 그쳤다.
하나증권은 4분기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업무지구(CBD)에 있는 트리아논 빌딩 관련 평가손실 643억원을 실적에 반영했다. 하나증권은 지난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잡고 해당건물을 매입해 공모펀드 상품으로도 내놓았다. 하지만 핵심 임차인인 독일 은행 ‘데카뱅크'가 2024년 계약 만료를 끝으로 인근 빌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감정평가금액이 급락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에 무려 112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면서 분기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DGB금융그룹은 지난해 4분기에 부동산PF 관련 특별충당금 1308억원을 설정했는데 하이투자증권 충당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160억원, DGB캐피탈은 28억원에 그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별충당금 중 하이투자증권의 1120억원은 분양률이나 공정률 등 여러 조건들을 더 엄밀하게 반영하는 등 PF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 중소형 증권사도 부동산發 실적쇼크
BNK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만 28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충당금 여파로 BNK투자증권은 4분기에 4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BNK투자증권이 지난해 설정한 충당금은 330억원인데 지난해 4분기에 쌓은 충당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에 집중했던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정확한 충당금 내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올투자증권(-344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148억원), 한양증권(-16억원) 등 부동산에 집중했던 다른 중소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에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차증권은 적자는 피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 순이익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86억원이었는데 4분기에는 14억원으로 92.5% 감소했다.
현대차증권은 IB부문에서 3본부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증권사와 달리 3본부 모두 부동산이 주요 사업이다. ECM, DCM, M&A 등 증권사의 전통적인 업무는 2본부 내 기업금융실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