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간 424억원 설정액 증가···미국·중국 이어 3위
공급망 재편 수혜에 올해 경제 성장률 기대 반영 분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인기가 시들했던 베트남 펀드에 자금이 다시 모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3개월 동안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설정액 유입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수혜와 6%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 등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투자사들 역시 베트남을 앞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베트남 펀드 21곳에 유입된 자금은 424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2464억원)과 중국(952억원)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베트남과 함께 대표적인 신흥국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와 브라질은 각각 156억원, 4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베트남은 최근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던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베트남은 2019년만 하더라도 917억원의 자금 유입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달러 강세 여파가 미치면서 2020년 1927억원, 2021년 5172억원, 2022년 814억원의 자금 유출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2019년 말 1조6484억원(23개 펀드)이었던 설정액은 지난해 말 8594억원(21개)으로 쪼그라들었다.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정승아 디자이너.

베트남 펀드에 다시 자금이 모이고 있는 배경에는 경제 성장 기대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갈등 영향에 공급망 재편 이슈가 베트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미국의 우호국들은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진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찾으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베트남이 꼽히고 있는 것이다.

실제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덴마크의 장난감회사인 레고는 지난해 11월에 베트남 빈두옹에서 10억달러 규모의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애플은 지난 2년간 중국에 있는 맥북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구글도 올해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폰’의 생산 물량 절반을 베트남에서 제조하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높다는 점도 자금 유입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2%로 제시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2.9%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베트남은 지난해 경제 성장률 8.02%로 최근 12년 동안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이미 베트남 증시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 증시의 VN지수는 최근 3개월 동안 13.19% 상승했다. 인도 증시의 센섹스(SENSEX) 지수 같은 기간 0.6% 하락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베트남 펀드 평균 수익률의 경우 3개월 동안 10.9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펀드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과다.

국내 금융투자사들도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 베트남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를 처음 출시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주목해야 할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하며 ‘리비지트 베트남’(Revisit Vietnam)이라는 주제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이 깊어질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이 세계의 공장이 되고 있다는 말은 글로벌 경기 영향을 더욱 많이 받게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며 “이미 제조업 관련 지표들은 최근 부진한 모습이어서 묻지마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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