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감소한 수신 규모 다시 늘려야
자산건전성 개선···플랫폼수익도 확대해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지난해 5월부터 강화된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수신액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중·저신용자 대출 급증의 영향으로 악화되고 있는 자산건전성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축된 플랫폼수익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31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8.6% 크게 늘었다. 이자이익이 급증한 덕분이다. 작년 거둔 이자이익은 9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급증했다. 예금과 대출의 평균금리 차이(예대마진)이 전년 대비 0.7%포인트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실적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들이 올해는 위험 요소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우선, 지난해 4분기 예·적금 규모가 약 1조5000억원 줄어든 것은 이자이익 증가에 도움이 됐다. 분기 기준 수신 감소는 카카오뱅크가 출범 해인 지난 2017년 이후 최초다. 수신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카카오뱅크가 예·적금 금리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신이 감소하는 대신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당시 예대율에 다소 여유가 있어 무리하게 금리를 올려 예금을 늘리지 않아도 됐다. 정확한 산출 방법은 아니지만, 작년 3분기 말 잔액 기준으로 예대율을 계산해보면 대략 79% 정도로 규제 상한선인 100%에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은행권에 경고한 점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대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예·적금 규모 확대에 돌입해야 한다. 지난해 5월부터 예대율(예금과 대출의 비율)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그간 전통 은행과 달리 가계대출에 가중치 100%를 적용했다. 하지만 작년 5월부터는 신규 가계대출에 한해 전통은행과 마찬가지로 115%를 부여한다. 가계대출을 많이 늘릴 수록 예·적금을 더 많이 확대해야 하는 셈이다.
예·적금 확보를 위해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다 보면 지난해 4분기에 피했던 이자비용 부담이 올해 떠안을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목표 대출성장률을 15% 내외로 높게 잡았다. 성장을 이끌 핵심 상품은 가계부문인 주택담보대출이다. 목표대로 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예대율 관리가 더 까다로워진다.
또 이자이익 급증의 중요 요인 중 하나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도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당국이 권고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지난해 신용점수(KCB) 820점 이하의 차주들에게 대출을 대규모로 제공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금리가 높은 대신 부실 위험이 크다.
작년 말 카카오뱅크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36%로 1년 전과 비교해 0.14%포인트 올랐다. 연말에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거 내다 팔거나 장부에서 삭제하는 것을 고려하면 자산건전성 악화 수준은 보이는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지만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NPL커버리지)은 오히려 하락했다. 건전성 하락의 핵심 요인은 중저신용자 대출 부실 때문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1분기 중저신용자 대출의 자산건전성을 따로 공개했지만, 현재는 알리지 않고 있다.
올해는 경기침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은 그만큼 침체의 충격을 더 크게 받는다. 높은 수준의 시중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소득감소로 상환능력마저 어려움을 겪게 되면 부실채권 규모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쪼그라들고 있는 플랫폼수익도 늘려야 한다. 작년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수익은 약 813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 급감했다. 그 탓에 카카오뱅크의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도 심화됐다. 플랫폼수익은 카카오뱅크의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이 카카오뱅크를 ‘플랫폼’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수익이 계속 부진하고 이자이익 비중이 계속 커지면 국내 대형 은행처럼 실적이 계속 크게 늘어도 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여수신 업무 자체가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의 역량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 본다”라며 “높은 플랫폼 경쟁력으로 인해 수신액은 많이 늘 것이고, 이는 플랫폼 수익으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